펜타포트 기획 윤창중 대표 "새로운 관객과도 소통할 수 있어야"
“하루 종일 폭우가 쏟아지니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비가 그치고 있었지만 무대 안전 문제와 관객들의 저체온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틀째 공연까지 강행할 순 없었습니다. 바로 취소를 결정했죠.”
10번째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을 여는 소감을 묻자 공연기획사 예스컴이엔티의 윤창중(60) 대표는 ‘트라이포트의 악몽’을 먼저 떠올렸다. 미국 록밴드 드림시어터와 영국 록밴드 딥 퍼플이 퍼붓는 빗속에서 뜨거운 공연을 펼쳐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로 회자되는 페스티벌, 폭우로 첫날 반쪽짜리 공연을 한 뒤 취소돼 제작자에게 수억원의 빚더미를 떠안긴 페스티벌. 펜타포트의 모태 격인 1999년 트라이포트록페스티벌은 윤 대표에게 잊지 못할 아픈 기억이다. 그는 “여름 야외행사에선 비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구조물 설치와 안전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트라이포트가 실패한 뒤 오기가 생겼다”는 그는 인천시를 다시 설득해 2006년 펜타포트를 시작했다. 뮤즈, 콘, 언더월드, 플라시보, 트래비스, 블랙아이드피스 등 수많은 해외 정상급 뮤지션들이 지난 9년간 펜타포트 무대에 올랐다. 연륜이 쌓이면서 펜타포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록페스티벌로 자리잡았다. 영국 문화전문지 타임아웃은 최근 세계 최고의 음악축제 50개를 꼽으며 펜타포트를 8위에 올려 놓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펜타포트를 4년 연속 유망축제로 선정했다. 윤 대표는 “유망축제보다 한 단계 위인 우수축제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이선희, 패티김, 장국영, 본 조비, 산타나, 에릭 클랩튼 등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을 기획했던 베테랑 제작자인 그가 록의 불모지 한국에서 록페스티벌을 구상하게 된 건 단발성 공연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해외의 대형 록페스티벌을 눈여겨보며 그는 “한국을 대표할 만한 대형 록페스티벌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10년간 펜타포트를 제작해 오면서 윤 대표는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축제를 함께 만들던 파트너와 결별하기도 했고 자본력을 내세운 대기업들이 페스티벌 시장에 뛰어들며 출연진 섭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장소 이동도 잦았다. 1~4회 축제가 열린 인천 송도시민공원에서 드림파크,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정서진을 거쳐 2013년 8회째부터 송도국제도시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펜타포트는 지난해 사흘간 연인원 10만명에 이르는 관객을 모으며 역대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다. 올해는 7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그는 10회라는 상징성 때문에 출연진 선정에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헤드라이너(간판급 출연진)는 반드시 전설적인 뮤지션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스콜피온스와 서태지, 프로디지를 내세웠습니다.”
윤 대표는 펜타포트의 새로운 10년을 구상 중이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록이 차지하는 영역이 점점 줄어들면서 고민도 늘었다고 했다. “국내에서 록만으로 축제를 꾸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펜타포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장르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음악 외에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도 신경 쓰고 있고요.”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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