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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난민 소년 절도범… 情으로 품은 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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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난민 소년 절도범… 情으로 품은 檢

입력
2015.08.0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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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 휴대폰 갖고 놀다 도둑 몰려… 검사가 딱한 사정 알고 기소유예

법사랑위원회는 월세까지 지원

축구선수 꿈 위해 용품 후원자도

중학교 3학년 A(15)군이 특수절도죄로 검찰에 송치된 것은 올해 3월. 지난해 8월 학교 친구 두 명과 서울 용산구의 한 휴대폰 판매점 앞에 놓여 있던 단말기 모형을 훔친 혐의였다. 죄질은 무겁지 않았으나 서울 서부지검에서 소년범죄를 전담하는 소창범(41) 검사는 사건을 처리하기에 앞서 A군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소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건너 온 난민이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A군의 주변 환경은 심각했다. 2005년 입국한 A군과 어머니가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8년. 모자의 월 수입은 구청이 지원하는 바리스타 과정을 통해 어머니가 버는 80만원이 전부였다. 월세 30만원을 내고 나면 모자가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1년에 한 번씩 더 싼 월셋방을 찾아 다니는 도시 난민의 삶이 이어졌다. A군은 “어머니가 한국어를 제대로 못하는 데다 난민 신분이어서 공장에서 일했을 때에는 돈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어머니의 우울증이었다. 2001년 A군과 부모, 누나 두 명 등 다섯 식구가 오순도순 살던 집에 반군이 들이닥쳐 가족을 살해했다. 다행히 모자는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뒤 한국인 선교사를 만나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그 때의 참상은 내내 어머니를 괴롭히고 있다.

검찰은 이런 배경을 감안해 A군에게 처벌보다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사실 A군의 범행도 휴대폰을 훔치려던 것이 아니라 판매점 앞에 쌓인 모형 더미를 버려진 것인 줄 알고 가지고 놀다 생긴 실수였다. 검찰은 A군 사건을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하지 않고, 3월 법무부 훈령으로 설립된 민간봉사단체 법사랑위원회에 넘겼다.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앞서 비행과 범죄에 노출된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서 벗어날 경제ㆍ정서적 지원이 먼저라고 판단한 것이다. 6개월 동안 위원회에서 A군을 선도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도 내렸다.

이후 위원회는 서울시에 긴급복지자금 500만원도 신청해 모자의 월세보증금 마련을 도왔고, 위원들이 돈을 모아 A군이 고교를 다니는 3년 동안 매월 월세 30만원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어머니에게는 숙명여대 자원봉사자들이 1대1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A군도 주변 도움으로 목표인 축구선수를 향해 한층 매진할 수 있게 됐다. 고교 졸업 때까지 운동화와 유니폼 등 축구장비를 지원받고 용산구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A군은 운동복을 처음 받고 밤새 시민공원에서 공을 찰 만큼 축구에 대한 애정이 크다. 지금 다니는 중학교 아마추어 축구팀에서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A군은 “한국에서 도움을 받은 만큼 나중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로 주변의 도움에 감사를 표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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