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의 '노련함'이 프로 2년차 고진영(20·넵스)의 '패기'를 압도했다.
박인비는 3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파72·6,410야드)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박인비는 이날 '버디쇼(7개)'를 포함, 이글 1개와 보기 2개를 추가하며 7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그는 고진영(9언더파 279타)을 3타차로 누르고 LPGA 투어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의 위업을 세웠다.
라운드 초반까지만 해도 '박인비 드라마'는 '새드 엔딩(Sad Ending)'으로 끝날 듯 했다. 선두와 3타 차 공동 5위로 라운드를 출발한 박인비는 5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7번홀부터 4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선두를 맹렬히 추격하기 시작했다. 13번홀까지 고진영에 3타차로 뒤지던 박인비는 14번홀(파5)에서 7m 남짓 거리의 이글퍼트를 성공하며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시각 고진영이 13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둘은 공동선두가 됐다. 고진영은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했던 14번홀에서도 파에 그쳤다. 전반 9개홀에서 이글 1개, 버디 1개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고진영은 후반 위기 상황에서 뼈아픈 실수를 범하며 박인비의 추격을 허용했다.
최대 승부처는 16번홀(파4)이었다. 박인비는 16번홀서 그림 같은 아이언샷으로 공을 핀 바로 옆에 붙였다. 버디를 잡아낸 그는 12언더파로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박인비는 고진영이 해당 홀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개울에 빠뜨리면서 우승이 결정됐다. 고진영은 16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는 등 막판 샷난조로 생애 첫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의 꿈을 눈앞에서 날렸다.
메이저대회 우승(7승) 경험이 풍부한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도 '승부사'였다. 무서운 뒷심으로 정상에 오른 박인비는 "오늘 퍼트는 근래 들어 가장 좋았던 것 같다"고 기분 좋은 소감을 남겼다.
그는 16번홀이 승부의 분수령이었다고 고백했다. 박인비는 "(4라운드) 16번홀 버디가 매우 중요했던 것 같다. 이번 주 내내 16번홀이 어려운 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 홀에서 나흘 동안 3타를 줄였다. 다른 선수들보다 4~5타를 이기고 들어갔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오늘도 거기서 한 아이언샷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과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는 8언더파 280타로 공동 3위에 랭크됐다. 한 시즌 4개(한국, 미국, 일본, 유럽) 투어 메이저대회 정상에 도전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최종합계 4오버파 292타 공동 31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사진=박인비.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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