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 2명이나 봉사자에 의존… 아파트처럼 돌본다던 취지 무색
3일 오전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주택가. 남동구 마을주택관리소에서 근무하는 정석용(43)씨가 주택 담벼락과 골목길 등을 꼼꼼히 살피며 걷고 있었다.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고 메모도 했다. 정씨는 “담벼락의 금이 위험할 정도는 아닌지, 골목길에 버려져 있는 대형 쓰레기가 오래된 것은 아닌지 등을 순찰을 돌면서 확인하고 있다”며 “보수 등이 필요하면 구청에 보고해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마을주택관리소에 상주하면서 오전과 오후에 1번씩, 하루 2차례 순찰을 돌고 있다. 한번 순찰을 나가면 2시간씩 관리소는 비어있게 된다. 직원이 정씨 혼자다 보니 주민들의 택배를 보관해주거나 집수리 공구 등을 빌려주는 일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마을주택관리소는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 다세대, 상가주택 주민들에게 전기와 하수도 설비, 도배 등 간단한 집수리, 택배 보관, 공구 대여, 마을가꾸기와 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곳이다. 쉽게 말해 아파트관리사무소 같은 역할로 인천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6~7월 남동구 삼희아파트 주변구역을 비롯해 동구 송림초 주변구역, 남구 도화3구역에 1곳씩, 부평구 산곡도시환경정비구역과 십정2구역 2곳 등 모두 5곳이 설치됐다. 폐가나 비어있는 공공시설물이 관리소로 쓰이고 있다.
주택 관리에 애를 먹는 노인가구, 저소득층, 정비구역 주민 등에게 공동주택에 버금가는 주택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당초 목표였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리소 운영을 직원 1,2명에게 맡기거나 자원봉사자에게 의존하다 보니 관리소가 하루에 몇 번씩 문을 닫기 일쑤여서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관리소는 건설 전문업체와 지역 주민들의 자원봉사 활동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실제 남구 마을주택관리소는 오전에는 마을공동체인 ‘쑥골마을사람들’에 소속된 주민들이, 오후에는 구청 공무원들이 2시간씩 관리소를 지키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인력 문제로 수시로 문을 닫고 있다. 지난달 27일 찾았을 때도 관리소 문은 닫혀 있었다.
관리소 1곳이 맡고 있는 마을의 범위도 너무 넓다. 부평구 십정2구역 관리소의 경우 담당하는 마을 면적이 19만3,066㎡에 이른다. 이곳에는 기초생활수급 334세대 등 모두 2,598세대가 거주한다. 남구 관리소도 마을 면적 11만2,642㎡에 1,889세대를 담당한다.
한 마을주택관리소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관리소 운영과 행정 업무까지 하려면 인력 충원이 꼭 필요하다”며 “인력과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고 노하우가 조금씩 쌓인다면 공동주택 수준의 주택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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