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임원의 비리 의혹을 회장에게 투서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반정우)는 동부그룹 농업부문 계열사 동부팜한농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직원 임모씨의 해고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회사 측 청구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임씨 등 직원 29명은 2013년 12월 회사 종자사업부 정모 상무가 회사 재산을 횡령하고, 개인 로비를 위해 공금을 유용하는 등 비리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동부그룹 회장에게 발송했다. 이에 사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진정서를 낸 직원 일부를 해고했으며, 임씨 역시 2014년 1월 인사팀장과 면접 후 해고됐다. 확인되지 않은 음해성 자료를 제공해 집단 행위를 주도하는 등 ‘해사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임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고 2014년 5월 사측의 ‘불법해고’를 인정받았다. 위원회는 동부팜한농 측이 임씨에 대해 금전 보상을 할 것도 판정했다. 사측은 중앙노동위에 재심판정을 요구했지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임씨의 행동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 불신과 반목이 조장됐고 더 이상 근로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 관계가 깨졌으며, 이로 인해 매출도 45억원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진정서에 담긴 내용 중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일부 사실이거나 사실로 오인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며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이 있거나 해고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임씨가 해고 과정에서 인사팀장과 면접만 했을 뿐 인사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제대로 해명할 기회도 없었다”며 “사측이 충분한 검토 없이 해고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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