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선수단 임금 체불, 강원FC 자본금 잠식 40억 빚더미
지자체, 기업에 인수 부탁하고 전문경영인 영입 공모 안간힘
전문가들 "조직 슬림화 필요, 지역 기반 수익모델 창출해야"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불기 시작한 축구 붐에 편승, 전국적으로 생겨난 프로축구 시민구단 대다수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창단만 하면 어떻게든 굴러갈 것이라는 지자체의 막연한 기대감과는 달리 스폰서 유치, 중계권료 협상 등 장기적인 운영 전략에 소홀하면서 재정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운영보다는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낫다는 비아냥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의 노력이 현실화할 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선수와 코칭 스태프, 구단 직원 50여명의 6월 월급을 이달 중순이 되도록 지급하지 못했다. 인천 구단은 4월에도 선수단과 구단 직원 월급을 주지 못했다. 5월 들어 선수단에 한해서만 4월분 월급이 지급됐으나 직원들은 대상에서 제외됐고, 6월이 돼서야 선수단과 직원들의 4, 5월분 월급이 겨우 지급됐다. 지난 해 11, 12월에도 임금 체불 사태를 겪은 인천 구단은 임금 체불의 악순환이 만성화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1년여 만에 급조한 강원FC 구단 인수는 ‘폭탄 돌리기’에 비유된다. 2009년 K리그에 뛰어든 강원FC는 3년만인 2012년 자본금 91억원을 모두 잠식한 것도 모자라 40억여원의 악성채무까지 떠안고 있다. 배후에 똬리를 틀고 있던 것은 관피아의 무능과 부패였다. 강원도 출신 구단 간부는 유흥업소를 드나들며 흥청망청 돈을 썼고, 일부 직원은 화한 구입비와 식사비를 부풀려 돈을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감시와 견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2011년 자본금 61억원으로 출범한 광주FC도 빈털터리 구단이다. 올해 1부 리그로 승격한 광주FC는 한해 90억여 원의 운영비가 필요하지만 기업후원금은 13억원에 그치고 있다. 선수 영입과 홍보 마케팅은 포기한 지 오래다. 급기야 광주시가 올들어 5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호구책은 마련했지만 앞으로도 지자체 곶간만 갉아먹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구단 운영비 100억원 중 절반인 50억원을 후원하고 있는 대전시나 2003년 국내 최초 시민구단으로 탄생한 대구FC 역시 한 차례도 상위권에 오르지 못한 채 지난해 2부 리그로 강등됐다.
만성 적자에서 허덕이는 시민구단의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일부 지자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체계적인 회생책보다 연고가 있는 기업에 떠 넘기는 수준 등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달 7일 강원FC 구단주인 최문순 지사는 정선군 강원랜드를 방문, 함승희 사장에게 자금난에 빠진 구단을 인수해달라고 부탁했다. 최 지사의 기대와는 달리 함 사장은 “다각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상 거절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강원랜드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쥔 폐광지역 민심도 구단 인수에 싸늘한 반응을 보냈다. 최 지사는 결국 무거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스포츠 계에는 “성적도 좋지 않고 구단 운영도 매끄럽지 않은 팀을 인수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왔다. 구단을 팔기 전에 부채를 줄이고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부족했던 탓이다.
프로축구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는 최근 인천시가 2월부터 5개월 간 진행한 구단에 대한 전문경영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기 위한 공모 절차를 벌였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스포츠구단 컨설팅 회사인 올리브크리에이티브 정의석 대표를 단장으로 영입, 단장 체제의 비상 운영에 들어가야 했다. 구단은 8월까지 대표이사 영입도 마칠 계획이나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지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대구FC는 유소년 선수를 양성, 더디더라도 구단의 기초를 다진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최대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구스타디움의 경기당 평균 관중이 지난해까지 1,000명도 채 되지 않아 실효성 있는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관중 없는 시민구단은 의미가 없다”며 “재원마련과 선수육성 방안을 원점에서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성남FC의 운영 사례는 위기에 빠진 시민구단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2014년 1월 일화가 손을 떼면서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성남FC는 사기업 구단과 돈 싸움을 벌이는 대신 경쟁시스템 도입 등 운영의 묘를 살려 시민구단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연 학연 혈연을 무시한 철저한 실력위주로 로스터를 짜다 보니 경기력이 향상됐다”며 “시민구단 이전 경기 평균 2,000명이던 관중이 시민구단 출범 이후 5,000명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민구단의 부활의 키를 조직슬림화와 함께 보다 확실한 지역연고를 기반으로 한 수익모델 창출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9년 2부 리그 강등 후 감독과 선수들이 아마추어 클럽 행사와 마라톤 대회 등 지역 이벤트에 자주 참여해 팬과의 친밀도를 높여 효과를 본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 등 해외사례를 벤치마킹 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최근 도입이 논의되는 선수 연봉공개가 시민구단 재정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로축구 안양LG 단장을 지낸 최종준 가톨릭관동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는 “한해 운영비의 최대 80% 이르는 선수단 연봉공개를 공론화 해 거품을 빼고 그 비용을 지역밀착 마케팅에 사용한다면 구단 사정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춘천=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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