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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조폭처럼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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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조폭처럼 처벌?

입력
2015.08.0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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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범죄단체 조직 혐의 첫 적용

형량 늘어나고 가입만 해도 처벌

판례 없고 기준 까다로워 낙관 못해

경찰이 해외에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행각을 벌여 온 사기 조직에 대해 처음으로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보이스피싱 일당도 형량이 무거운 폭력조직에 준해 처벌하겠다는 의미로 급증하는 전화 사기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국내 유명 대부업체를 가장해 수수료 등 명목으로 총 6억3,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태국과 베트남에 근거를 둔 2개 보이스피싱 조직 조직원 41명을 검거해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특히 경찰은 통상적인 사기 혐의 외에 태국 조직 총책인 김모(36)씨와 부사장 원모(33)씨에 대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구성해 운영한 혐의(범죄단체 등의 조직ㆍ형법 114조)를 추가했다. 앞서 6월 대구지검이 보이스피싱 조직원 28명에게 이 조항을 적용해 기소한 적은 있지만, 경찰 수사단계에서 해당 혐의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에게 범죄단체 조직죄가 인정되면 최고형량이 기존의 10년에서 15년까지 늘어난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범죄단체라는 최종 판결이 나오면 보이스피싱 조직에 단순 가입한 사실 만으로도 형사처벌이 가능해 사기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달 초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보이스피싱을 범죄단체로 처벌해 발본색원하겠다”는 강신명 경찰청장의 발언 이후 해외 금융사기를 조직폭력 범죄와 동급에 놓고 다루는 분위기다.

경찰은 1985년 대법원의 어음사기 사건 판례를 근거로 김씨 일당을 범죄단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이 내세운 범죄단체 규정은 ‘범죄수행의 공동목적, 통솔체계, 단체의 계속성’ 등 세가지다. 이들 조직이 사기라는 특정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됐다는 점(공동목적), 총책-부사장-팀장-팀원으로 이어지는 역할분담 체계를 갖췄다는 점(통솔체계)이 그렇다.

여기까지는 여타 보이스피싱 조직의 행동패턴과 유사하나 김씨 일당은 연속성을 갖춘 점이 달랐다. 경찰은 이들이 2012년 중국에 꾸려진 조직이 와해된 후 베트남과 태국에서 명맥을 이어 오면서 5개 조직이 범죄단체로서 꾸준히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 박모(29ㆍ여)씨 주거지에서 부사장 원씨의 범행 자료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가 발견된 점도 범죄단체 혐의를 입증하는데 명확한 물증이 됐다고 설명했다. 백의형 서대문서 지능팀장은 “USB에는 내부 행동지침 등을 비롯해 범행 시나리오, 대포 계좌 등 범죄조직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대거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나가서 불면 절대 가만두지 않고 죽여버리겠다’ 등의 경고도 폭력조직의 물리적 보복에 준하는 위협으로 판단했다.

다만,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단체로 인정한 판례가 없고 범죄단체 인정 기준이 까다로워 법원 판결까지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죄단체로 인정되려면 세부적인 지휘체계 입증 등 기존 판례가 제시하고 있는 여러 요건들을 충분히 확인해야 하는데 간단한 절차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정보를 보다 쉽게 취합하고 검색하기 위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내에 별도의 ‘전화금융사기 추적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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