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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수술 뒤 만성통증… '만병의 근원'을 찾아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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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수술 뒤 만성통증… '만병의 근원'을 찾아야 사라진다

입력
2015.08.0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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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수술시 잘못된 진단에 흡연 등 환자의 관리소홀로

척추 감압 증후군 다수 발생… 통증 치료만으론 증상 악화

전 인체 방사선 촬영 통해 하지관절 상태 등 살펴봐야

척추수술 장면. 한림대의료원 제공
척추수술 장면. 한림대의료원 제공

척추수술 뒤 증세 호전은커녕 만성통증 등 극심한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이른바 ‘척추 감압 증후군’ 환자가 최근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척추 감압 증후군 환자들의 상당수는 병의 근본 원인을 찾기 보다는 통증 치료에 매달리다가 다리의 근력 약화나 감각 저하, 신체 변형, 정신적 트라우마 등 점점 더 심각한 후유증의 늪에 빠져 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가 4일 입수한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센터장 김용찬 정형외과 교수)의 ‘척추재수술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척추 감압 증후군 환자들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근시안적 통증 치료 때문이다. 척추수술 후 통증이 재발한 경우 통증 해소과 더불어 증상의 근본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척추 환자들의 상당수는 원인규명 없이 통증치료에 매달리다가 만성통증은 물론 이에 따라 2차적으로 나타나는 체형 변형 등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척추 감압 증후군이란 1회 이상 척추 수술을 받은 뒤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군을 말한다.

잘못된 척추수술, 만성통증 신체변형 등 불러

사실 통증은 척추 환자들의 최대 고통이다. 척추 환자들이 병원을 찾은 가장 큰 목적도 통증 치료다. 척추병원들이 목 어깨 허리 통증을 말끔히 치료할 수 있다고 앞다퉈 선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통증 발생 시에는 통증 완화와 더불어 통증이 발생한 근본 원인을 찾아 이를 해소할 수 있어야 근본적인 치유에 이를 수 있다. 통증 완화는 증상을 없애 주는 대증요법일 뿐이지 병의 근원을 없애기 위한 치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용찬 한림대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척추센터장)는 “1차 수술이 잘못된 환자들은 요배부 통증이나 하지 방사통 때문에 노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며 “특히 만성통증에 따른 후유증으로 체형이 달라질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양쪽 하지의 근력이 약화되고 감각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차 수술 후 만성통증을 겪고 있는 척추질환 환자들 중 적지않은 수에서 턱 목 어깨 척추 골반 발목 등이 뒤틀어져 있음이 관찰됐다. 이는 통증 발생으로 인해 이들 부위의 퇴행성 변화가 급속히 진행된 탓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1차 수술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고 통증이 재발한 이들은 통증으로 인해 자신의 체형이 변화된 것을 알면서도 수술에 대한 두려움,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깊어 수술을 기피하고 통증만 해결하려 한다”면서 “통증치료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증상이 완화될 수 있지만 체형이 변화되면 통증이 커져 정신적 트라우마는 물론 삶의 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런 경우 ‘전 인체 방사선 촬영’으로 진단한 뒤 대처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척추질환을 갖고 있는 대다수 환자들은 척추뿐 아니라 고관절, 무릎관절이나 발목관절까지 퇴행성관절염이 진행되고 있었다”면서 “진단을 위해서는 척추뿐 아니라 하지관절 상태를 함께 분석할 수 있는 전 인체 방사선 촬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척추 재수술 환자가 50대 이상 여성이라면 골다공증 관련 검사와 원인 규명도 중요하다. 골다공증 환자가 재수술을 할 경우, 척추체간 고정이 악화될 뿐 아니라 나사못을 박는 과정에서 골절이 생기거나 갈고리나 척추연결봉에 동반된 후궁골절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척추수술 뒤 만성통증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척추 감압 증후군’ 환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허리 디스크 재수술을 받은 한 30대 남성의 영상촬영 화면. 치료 전 모습(왼쪽사진)에는 애초 부실 수술에 따른 신체 변형의 흔적이 뚜렷하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척추수술 뒤 만성통증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척추 감압 증후군’ 환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허리 디스크 재수술을 받은 한 30대 남성의 영상촬영 화면. 치료 전 모습(왼쪽사진)에는 애초 부실 수술에 따른 신체 변형의 흔적이 뚜렷하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통증 치료 위주의 척추치료 개선 필요”

척추질환이란 ‘숲’은 못 보고 통증의 ‘나무’만 쳐다보는 일부 근시안적 척추전문의들도 재수술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의료진이 첫 수술부터 환자상태를 면밀히 관찰해 환자가 재수술을 받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는데 통증해결에만 집착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자들이 수술 후 수술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병원을 찾아도 엑스레이나 정밀검사 상 문제가 없다며 환자를 되돌려 보내는 관행을 꼬집은 것이다.

김 교수는 “수술 후 수술부위는 물론 목 어깨 골반 발목 등 상태가 수술 전보다 개선돼야 제대로 된 수술”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차 수술 시의 잘못된 진단과 의료진의 경험 부족, 수술 후 환자 관리 소홀 등 요인이 척추 재수술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척추전문병원 병원장은 “전문의 자격증을 획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의사들이 원장 명함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척추수술은 경험이 수술 성공 여부를 좌우 할 수밖에 없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수술 후 상태 악화에는 환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수술 후 환자가 계속해서 흡연을 하거나, 수술 후 염부조직이나 뼈가 아물기 전에 움직이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종서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 마디(분절)마다 분절각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뼈를 맞추면 수술부위 위, 아래 마디가 영향을 받아 통증이 발생해 재수술을 해야 한다”면서 “이 상태에서 재수술을 하면 수술이 복잡하게 되고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용찬 교수는 “부적절한 수술치료가 척추 재수술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재수술로 인한 의료소비자들의 불필요한 의료비용 낭비를 막고, 통증치료, 비수술치료 등으로 왜곡된 척추질환 치료 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의료계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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