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명이 100만 달러 이상 뭉칫돈, 공화당 모금 절반을 130명이 채워
富의 집중 탓… 소수가 좌지우지, 민주당 후보는 슈퍼팩 의존도 적어
내년 미국 대선에 도전하는 각당 예비후보들의 정치자금 창구 슈퍼 팩(PACㆍ정치활동위원회)은 사실상 미국의 ‘슈퍼 부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가 공개한 각 후보별 슈퍼팩 모금액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하면서 “정치자금 기부가 이 정도로 소수에게 집중된 것은 유례가 없었다”고 전했다. 슈퍼팩은 공식 선거운동 조직이 아닌, 후보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외곽 지원 조직이다. 미국 대법원이 지난해 슈퍼팩의 선거자금 기부 제한을 폐지하면서 후보자로서는 이를 통해 거액을 빠른 시간에 무제한으로 모금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슈퍼팩의 영향력도 과거보다 커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NYT에 따르면 ‘큰 손 기부자’ 의존도는 공화당에서 두드러졌다. 공화당 후보들이 지난 6월까지 모금한 금액의 50% 이상은 불과 130명 안팎의 개인ㆍ기업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의 슈퍼팩 모금액 2,000만 달러 가운데 1,350만 달러는 억만장자, 월가 투자자 등 4명이 낸 기부금으로 파악됐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의 슈퍼팩 모금액 1,600만 달러 중에서 1,250만 달러 역시 사업자, 투자자 등 4명이 낸 것이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슈퍼팩은 3,700만 달러를 거둬들였는데 대부분은 3명의 후원금으로 채워졌다. 공화당 유력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전체 1억2,000만 달러의 대부분인 1억300만 달러를 슈퍼팩에서 모았다.
전체적으로는 100만 달러 이상 ‘뭉칫돈’을 한꺼번에 낸 슈퍼 기부자가 26명에 달했다.
민주당의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경우, 슈퍼팩인 ‘프라이어리티 유에스에이’가 1,500만 달러를 모금했는데 9명이 각각 100만 달러씩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클린턴 전 장관 등 민주당 예비주자들은 슈퍼팩보다는 자신의 선거운동기구를 통해 훨씬 더 많이 모금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화당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NYT는 “정치자금도 ‘빅 머니’에 의존하는 이 같은 경향은 미국의 부(富)가 소수에게 집중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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