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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영화에 꼭 있는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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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영화에 꼭 있는 5가지

입력
2015.08.0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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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동훈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화 ‘암살’이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최대 경쟁자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미션 임파서블5’)이 지난달 30일 개봉하자마자 일일 흥행순위 1위 자리를 내주었으나 일일 관객 수에서는 밀리지 않는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미션 임파서블5’와 쌍끌이로 극장가를 이끌 조짐이다. 31일까지 ‘암살’이 모은 관객은 541만9,954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다. 주말 동안 700만 고지에도 다다를 흥행속도다. ‘암살’의 1,000만 클럽 가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암살’의 지휘자는 최동훈 감독이다. 장편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3)부터 ‘타짜’(2006),’전우치’(2009), ‘도둑들’(2012)에 이르기까지 흥행 불패를 이어오며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대중성을 앞세운 완성도 높은 상업영화로 관객들의 마음을 10년 넘게 훔쳐온 최 감독 영화의 특징을 들여다 봤다.

▦반전이 있다.

최 감독 영화의 절반은 반전으로 이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부터 반전의 묘미를 전했다. 형을 위한 복수에 나선 주인공 창혁(박신양)의 기막힌 사기극을 반전을 거듭하며 만들어냈다. 전문 도박꾼들의 이야기를 다룬 ‘타짜’도 도박판의 반전이 백미다. 주인공 고니(조승우)가 도박판의 저승사자 아귀(김윤석)와 마지막 승부를 벌일 때도 화투를 활용한 대반전을 보여준다. 1,300만 관객을 모았던 ‘도둑들’도 마카오박(김윤석)과 펩시(김혜수), 뽀빠이(이정재)의 과거 사연을 발판으로 서로를 속고 속이는 사기의 연쇄고리를 펼쳐낸다. ‘암살’도 많은 반전을 담고 있다. 안옥윤의 가족과 얽힌 비사, 살인청부업자 하와이피스톨의 역할 등이 진행되던 이야기를 뒤집는 재미를 전해준다.

▦돈이 있다.

최 감독의 영화들에는 돈 냄새가 풍긴다. 돈을 둘러싼 협잡과 음모와 사기가 부딪히며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범죄영화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 ‘도둑들’은 돈을 갈등의 매개체로 활용한다. 돈에 굶주린 군상들이 펼쳐내는 사연이 스크린을 채운다. 독립군의 활약을 내세운 ‘암살’도 돈을 주요 모티프로 삼는다. 친일파 강인국은 돈에 눈이 멀어 매국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하와이피스톨은 조국을 잃은 슬픔을 돈에 대한 집착을 통해 해소하려 한다.

▦불량함이 있다.

범죄를 주로 다뤄서일까. 최 감독 영화에는 불량기가 가득하다.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호기심을 부르는 불량기다. 관객을 보다 극적 상황에 대한 몰입을 유도하거나 등장인물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 불량함이 활용되곤 한다. 불량기를 매개로 정통 범죄영화와 달리 유머가 곁들여지며 상업적 재미를 더한다. 특히 ‘업계’의 비속어를 통해 관객들에게 낯선 세계로 진입하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나, 뇌수술 당했다’라는 ‘범죄의 재구성’의 대사가 대표적이다. ‘도둑들’은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불량기를 표현한다. ‘씹던 껌’(김해숙)은 별칭만으로도 인물의 특성을 규정한다.

▦감초배우가 있다.

최 감독의 영화에는 늘 유머가 있다. 유머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감초배우를 배치해 극적 이완을 노린다.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개그맨 출신 배우 임하룡과 코믹배우 이문식을 내세워 살벌한 이야기에 유머를 곁들인다. ‘타짜’와 ‘전우치’에서는 코믹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유해진을 앞세워 웃음기를 내포한다. ‘도둑들’과 ‘암살’에서는 감초 역할을 오달수가 담당한다. 최 감독 영화의 감초배우들은 억지 웃음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짐짓 진지한 척하다가 극적인 상황 속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극의 전개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게 하면서도 웃음을 전달하도록 한다. 오로지 웃음만을 전달하는 게 목적인 듯 감초배우를 활용하는 몇몇 감독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그리고… 낭만이 있다.

최 감독의 아내이자 ‘도둑들’과 ‘암살’의 제작자인 안수진 케이퍼필름 대표는 최 감독을 21세기의 최후의 로맨티스트라고 표현한다. 안 대표의 말처럼 최 감독의 영화에는 낭만이 담겨있다. 먹고 먹히고, 속이고 속는 비정하고 어두운 세상 속에서 낭만만이 유일한 등불인양 표현된다. 복수에 불타고 돈에 목숨을 거는 듯한 인물이 결국 사랑에 굴복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며 낭만적인 정서를 스크린 곳곳에 심는다. ‘타짜’의 고니는 사랑하는 여인 화란(이수경)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박판의 거물 곽철용(김응수)의 소굴을 찾아 들어간다. ‘도둑들’에서 첸(런다화)과 씹던 껌(김해숙)이 펼치는 로맨스, ‘암살’ 속 하와이피스톨(하정우)과 안옥윤(전지현)이 교류하는 연정은 최 감독 영화의 낭만성을 대변한다. 등장인물들 이름에도 낭만이 배어있다. 하와이피스톨과 ‘도둑들’의 마카오박(김윤석), 잠파노(김수현ㆍ이탈리아 고전영화 ‘길’의 주인공 이름) 등만으로도 최 감동의 낭만적인 영화 세계를 가늠할 수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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