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진수술(combined surgery)은 유령수술(불법 대리수술)의 변종입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차상면 회장은 최근 의사회 홈페이지에 ‘변종 유령수술 주의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차 회장은 “최근 유령수술을 저지른 일부 의료기관에서 협진수술이라는 생소한 말로 포장해 범죄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가 수술을 맡긴 병원에서 협진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면 유령수술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협진수술은 수술을 담당하는 집도의사가 수술과정 일부를 다른 의사에게 위임해 집도의사와 협진의사가 공조하는 수술이다.
사실 성형외과 영역에서는 협진수술 필요성이 거의 없다. 김선웅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사는 “미용 성형수술은 진찰 의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 이사는 “미용 성형할 때 성형외과에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협진수술을 한다고 하면 왜 필요한지 반드시 물어보고 그걸 서면으로 표기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미용성형수술에서 협진수술을 한다면 섀도 닥터(그림자 의사)에 의한 유령수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3년 12월 서울 G성형외과에서 벌어진 ‘여고생 뇌사사고’를 비롯한 여러 의료사고가 유령수술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협진이란 이름으로 유령수술을 한 사실을 감추려는 위장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유령수술에 대해 제대로 된 법적 판결이 나온 적이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엄연히 범죄행위다. 1983년 미국 뉴저지주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 동의없이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유령수술)에 대해 수술이 성공적이었고 환자 이익에 부합한다고 해도 중대한 범죄’라고 판결했다.
유령수술 피해를 막으려면 ‘대표 병원장이 직접 수술하면 수술비가 비싸지만, 대신 결과를 보증한다’는 식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마케팅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의사회로 제보되는 대다수 유령수술 성형외과는 카페, 블로그, 연예인 광고, 할인 광고 등을 하면서 ‘10인 이상의 의사를 고용한 병원’”이라며 “지구상 어디에도 광고를 많이 하는 ‘명의’는 없다”고 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광고비를 많이 지출하는 의료기관이 유령수술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며 “각종 매체를 통해 노출되는 어떤 광고내용도 수술 결과를 보증하는 것이 없고 심지어 수술전후 사진이나 체험담 등을 조작하는 광고가 만연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유령수술의 천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유령수술로 인한 사고는 단순한 의료사고가 아니기에 사기나 살인죄 등으로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유령수술을 한 의사에 대해서는 의사면허 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통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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