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성 대출 의혹 농협은행 압수수색
최원병 타깃… 민선 4명 줄줄이 수사
농협중앙회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1일 NH농협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특혜성 대출 의혹이 제기된 리솜리조트그룹(29일)과 건축 관련 용역수주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30일)에 이어 사흘 연속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수사의 1차 타깃은 최원병(69) 농협중앙회장인 것으로 알려져, 농협으로선 1988년 이후 민선으로 선출된 회장 4명이 모두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통일로에 있는 NH농협은행 본점에 수사관 3명을 보내 기업 여신심사 자료와 대출심사위원회 회의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은행 측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영장에 기재된 문서들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았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들은 대부분 농협과 리솜리조트, H건축사무소와의 거래 내용이 담긴 문서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솜리조트는 부실한 재무구조에도 불구, 최근 10년간 농협에서 1,649억원을 대출받고, 이 중 14%인 235억원만 상환했다. 전날 압수수색을 당한 H건축사무소의 경우, 농협중앙회 산하 하나로마트 등 유통시설 건축이나 리모델링, 감리 용역 등을 수주한 회사로, 최 회장의 가족이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범죄 혐의는 (농협이 아니라) 리솜리조트와 H건축사무소 각각의 횡령”이라면서도 “두 회사 간 직접적인 관계는 없어 보인다”고 밝혀 비리의 꼭대기에 농협이 자리해 있음을 명확히 했다. 검찰은 두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농협 측이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는 최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정황을 이미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로 최 회장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농협의 민선 회장 4명이 모두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농협은 1980년대 후반 관치에서 벗어나 중앙회장을 조합장이 뽑기 시작한 이후, 민선 1~3기 회장이 예외 없이 구속됐다. 민선 초대 회장인 한호선(88년 3월~94년 3월)씨는 4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고, 후임인 원철희(94년 3월~99년 3월)씨도 6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3억원을 챙긴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정대근(99년 3월~2007년 11월) 3대 회장 또한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 매각과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교(포항 동지상고) 후배이자 이른바 ‘영포회’ 멤버라는 점에서, 이번 수사가 ‘전 정권 사정’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농협은 “특혜 대출도 없었고, 비자금 조성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고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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