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기관 예비 보고서 공개
지난해 3월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MH370)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사진)가 17개월 만에프랑스령 레위니옹 섬에서 발견된 가운데 “사고기의 항로가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변경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이 공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미국 정보기관이 작성한 사고기 실종사건 예비평가 보고서에 ‘조종석에 있던 누군가가 고의로 비행기의 이동을 정해진 항로에서 벗어나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은 사고기가 항로를 벗어난 이후에도 여러 차례 경로를 바꾼 점에 주목하고 이 같이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실종 사건의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내진 못했지만 당시 사고기를 조종하던 두 명의 조종사, 혹은 조종실에 있었을 제 3자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국제조사팀은 앞서 기장과 부기장, 승무원들의 약물 남용 여부, 습관, 사회적 고립 가능성 등을 집중 조사했지만, 업무 스트레스나 개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기체 잔해가 발견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탑승객의 여행 가방으로 보이는 물체가 또다시 발견됐다. 이 물체의 표면과 지퍼는 여러 갈래로 찢어진 상태였다.
실종기 수색을 지휘하는 마틴 돌란 호주교통안전국장은 31일 “기체 잔해는 보잉 777 항공기에만 쓰이는 특별한 부품과 매우 닮았다”라며 “이 물체가 실종기의 일부라는 확신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1일까지는 최종 감식 결과가 확인될 것으로 내다봤다.
돌란 국장은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여행 가방은 실종기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돌란 국장은 “가방이 물 속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당 비행기 파편이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잔해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파편 한 조각 만으로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엔 어려움이 많다“라며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6월 발생한 에어프랑스 추락 사고의 경우 1주일 내에 600여개의 파편과 희생자들이 발견됐지만, 이 증거물품을 모두 모아 정밀 조사해 확인하는 데에만 2년이 걸렸다. 특히 비행기 날개 부위와 같이 무게에 비해 비교적 표면적이 넓은 잔해의 경우 해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비행기 동체 같이 표면적이 좁고 무게는 무거운 잔해의 경우 발견 가능성이 적다. 해양학자 데이비드 머른스 박사는 “기체 조각 하나 만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을 내놓기 어렵다”며 “또 나머지 잔해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것도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확실한 추가 정보가 없다면 항공기 추락의 미스터리를 밝혀낼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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