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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中企 '이란에 미사일기술 유출' 美 블랙리스트에

입력
2015.07.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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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대사관 "美서 사전통보 못받아"

한미 국방·원자력 협력 '불똥' 우려

이란 핵 협상을 둘러싼 미 의회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사상 최초로 한국 기업을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란에 유출시킨 혐의로 ‘블랙리스트’에 등재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주미 한국 대사관은 일단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등재가 한국이나 한국 기업에 대한 미 안보 당국의 높아진 경계심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주미 대사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28일자로 인천 송도에 사무실을 둔 자동제어 분야 전문 중소기업 H사를 수출통제기준(EAR) 위반 혐의로 ‘블랙리스트’에 등록했다. EAR은 미국이 적성국으로의 전략물자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제도로, 한국 기업이 이를 위반해 제재를 받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미 상무부 산하기관으로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하는 산업보안국(BIS)이 내렸다”며 “지금까지 BIS가 관장하는 블랙리스트에 한국 기업이 등재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IS는 관보를 통해 공개한 결정문에서 ‘대한민국 인천 송도와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무실을 둔 H사가 최소 2011년 이후 거래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이란에 탄도미사일 기술 유출을 시도했다’고 적시했다. ‘KAI’라는 영문 이니셜을 사용하는 이 회사는 전기자동제어기기 제조업체로 이란 및 중국, 쿠웨이트 기업과 거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송도에 있는 사무실은 다른 간판을 내걸고 있었으며 잠겨 있었다. 사무실 주변업체 근무자들은 “직원이 한달에 2, 3차례 찾아올 뿐 대부분 비어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미 대사관은 블랙리스트 등재과정에서 미 정부로부터 아무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한미간 주요 이슈가 될 만한 사항은 관례적으로 사전에 통보를 받아왔다”며 “미국이 미리 알려주지 않은 건 그들도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가 일부에서는 예기치 않은 사태 진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협상을 무산시키기 위해 공화당이 이란에 대한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 통제를 핵심 이슈로 삼으려 한다”며 “자칫 엉뚱한 불똥이 한국에 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의 사소한 일탈이 자칫 국방ㆍ원자력 분야 등 첨단 분야에서 한미간 협력에 차질을 빚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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