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기간에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과 대화방 등에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뜻을 표하려면 실명인증을 거치게 한 공직선거법 82조6의 ‘인터넷실명제’는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30일 나왔다.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 의사표시, 다시 말해 정치적 의사표시는 선거운동 기간의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찬반 표시가 핵심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아쉽겠지만,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 권리일 수 없고 공직선거법 다른 조항과의 호응도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당연한 판단이다.
이번 결정에서 다수 재판관(5명)은 인터넷언론사 게시판 등을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의 유포는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특성에 주목했다. 아울러 흑색선전과 비방이 아직 근절되지 않은 정치문화의 현실 등을 고려, 선거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당한 목적의 조항이라고 보았다. 이어 인터넷실명제 조항이 시간적 적용 범위를 ‘선거운동 기간’에 한정했고, 의견 게재 여부 선택이나 실명확인 절차가 인터넷이용자에 특별한 부담일 수 없으며, 실명확인 뒤에도 게시자의 개인정보는 감춰진다는 점에서 과잉금지도 아니라고 보았다.
이번 결정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의 인터넷실명제 조항을 위헌이라고 본 2012년 헌재 결정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다. 표현의 자유 확대 여부만을 잣대로 삼는다면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헌재가 ‘이유’에서 밝혔듯, 선거법의 인터넷실명제 조항은 선거기간,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찬반 의견에 한정해 적용된다는 점에서 일상적 인터넷이용에 적용되는 정보통신보호법 규정과는 판단 잣대가 달라야 한다.
선거법은 58조에서 ‘선거운동’을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①항)로 못박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나 법률이 금지ㆍ제한하는 경우는 예외(②항)라고 규정했다. 그런 제한이나 금지가 본질적으로 부당하지 않은 한, 선거기간 중의 인터넷실명제를 내칠 수 없다. 더욱이 여러 차례 확인했듯, 정치적 이해관계에 근거한 편법적 정치의사 표출이 성행하는 정치현실에서 ‘익명성’까지 부여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이나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악의적 의사표현은 정치ㆍ사회 상황의 여러 조건이 변수로 작용해 나타나지 익명성 여부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는 이들의 의견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머지않아 선거기간에도 익명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치적 이해관련성이 명백한 의사표현도 가능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다만 그런 변화는, 반대의견도 지적했듯, 악의적 의사표현을 제약할 수 있는 건전한 선거문화와 병행할 때만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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