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日 저성장 전문 경제학자

은퇴자·젊은이들의 산간공동체 주목

노인들도 자립적 삶 가능한 '다품종 소량생산' 산업구조 강조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모타니 고스케, NHK히로시마 취재팀 지음ㆍ김영주 옮김 동아시아ㆍ328쪽ㆍ1만5,000원

경제학자 모타니 고스케는 ‘저성장 전문가’다. 2010년 출간한 ‘디플레이션의 정체’에서 그는 일본 경제가 불황에 빠진 원인이 엔고로 인한 일본 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라고 지적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고령 인구의 비중이 늘어났으며 그나마 소비를 하고 싶어하는 청년과 여성은 돈을 손에 쥐지 못해 내수 경기가 침체됐다는 주장이다.

모타니는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에서도 인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경기를 회복하려는 아베노믹스를 비판하고, 고령 인구를 활용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산업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이 집중적으로 다루는 산촌자본주의가 그 실천 방법 중 하나다. 모타니는 일본 국영방송 NHK의 히로시마 취재팀과 함께 일본 주고쿠(中?) 산간 지방에서 나타나는 자립적 삶의 양상을 취재했다. 정년 퇴직 후 도시 생활을 접고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은퇴자들과 산촌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나선 젊은이들이 주인공이다.

일본 대도시 주변의 고지대에 텃밭이나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주택단지가 각광을 받고 있다. 모타니 고스케에 따르면 "도시권에 산촌자본주의가 역공을 가한 사례"다. 동아시아 제공
나뭇가지를 넣어 조리와 난방을 해결하는 친환경 스토브. 동아시아 제공

현대 도시인의 관점에서 보면 산촌생활의 대가는 크다. 매일 아침 개울가에서 식용 야채를 뜯고 산에서 오래된 나뭇가지를 가져와 방에 불을 피우는 게 결코 편리할 수 없다. 그러나 히로시마현 쇼바라시에 거주하는 ‘과소(사람이 없음)를 역으로 이용하는 모임’의 대표 와다 요시하루(70)는 산촌생활의 즐거움을 적극 설파한다. 그는 나뭇가지를 집어넣는 것만으로 손쉽게 난방과 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스토브를 예로 들며 “산지는 사람이 없는 지역이기에 (개발이 안 된 채 남아있어) 오히려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산업 단위로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오카야마현 마니와시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는 나카시마 고이치로(60)는 목재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톱밥 등 부산물을 덩어리로 만든 펠릿(pellet)을 재료로 바이오매스 발전을 하고 있다. 대형 전력회사에 의지하지 않고 제재소에서 사용할 에너지를 직접 충당하려는 의도로 시작했지만, 2002년 친환경 에너지 발전을 의무화하는 법률이 제정되면서 거꾸로 전력회사에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다.

젊은 사람들도 농촌으로 향했다. 스하마 마사아키(29)는 시마네현에서 경작할 사람이 없어 버려진 농지를 빌려 젖소를 방목하고 우유와 수제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이 사람이 만드는 산지낙농우유의 가격은 다른 우유의 5배나 된다. 균질한 사료가 아니라 들판에서 자라는 잡초를 먹이기에 우유의 질도 날마다 달라진다. 그래도 잘 팔린다. 자연방목이라는 ‘스토리’를 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유기농 식품이 각광받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책은 무연(無緣)사회 즉 연고 없이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아진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산촌자본주의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농촌 특유의 문화인 품앗이와 물물교환이 시장자본주의에서 잃어버린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산촌공동체에는 노인들도 능동적인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 복지예산을 갉아먹는 골칫덩이가 아니라 자립적인 생산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해 후세대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필요한 존재가 된다. 고령 사회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일본에서 진행되는 대안적 실험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한국에도 유효해 보인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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