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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 담배' 아시나요?…"청소년·비흡연자 유혹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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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 담배' 아시나요?…"청소년·비흡연자 유혹 '꼼수'"

입력
2015.07.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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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오렌지, 애플민트, 헤이즐넛, 커피, 모히토 등 다채로운 맛이 첨가된 '기호식품'이 있다. 무엇일까?

음료수나 사탕이 정답일 수 있겠지만 뜻밖에 담배에도 이처럼 다양한 맛이 있다. 담배 회사는 담배에서 특유의 독하고 매캐한 향보다 더 나은 맛과 향이 나도록 이 같은 첨가물을 넣는다.

31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펴낸 '금연이슈리포트'를 보면 담배회사들은 담배에 '가향'(연초 외에 식품이나 향기가 나는 물질을 추가하는 행위)을 한다.

담배의 맛과 향을 좋게 하거나 혹은 니코틴이 더 잘 흡수되게 하고 담배의 자극이 덜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첨가되는 설탕은 니코틴의 씁쓸한 맛을 줄여줘 흡연자들이 담배의 맛과 풍미가 좋다고 느끼게 한다.

코코아 성분 중 테오브로민과 커피의 카페인은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멘톨은 말단신경을 마비해 담배연기를 흡입할 때 느껴지는 자극을 줄인다.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가향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더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 첨가물 중 암모니아, 카페인, 타우린 등은 그 자체로 독성이 있거나 다른 물질과 혼합하면 독성을 띠는 경우가 있다. 설탕이나 바닐린 같은 감미료는 불에 타면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가향담배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나라는 많다.

브라질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멘톨을 포함한 모든 가항물질 함유 담배 제품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2009년 궐련담배의 어떠한 구성물에도 담배와 멘톨 외의 물질을 첨가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했다.

캐나다도 2009년 담배에 멘톨을 제외한 가항물질을 함유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담배 규제 관련 법안을 바꿨다. 유럽연합(EU) 역시 작년 개정한 담배규제법에 궐련담배와 말아 피우는 담배의 가항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넣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가향담배에 대한 법적 규제가 사실상 없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담배 제조자들이 담배에 향기가 나는 물질(가향물질)을 포함하면 이를 표시하는 문구, 그림, 사진을 담배 포장이나 광고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은 있지만 가향담배 자체를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담배회사가 인위적으로 첨가물을 넣었는지는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3개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벌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건보공단은 담배회사가 담배에 의도적으로 넣은 첨가물이 담배에 대한 중독성을 높이고 유해성을 키운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작년 9월 열린 첫 공판에서 답변서를 통해 "암모니아 등의 첨가물을 통한 유해성 및 중독성을 증가시킨 사실이 없다"고 법원에 밝힌 바 있다.

2012년 가향담배에 대한 논란이 일자 KT&G는 "암모니아 성분은 잎담배 자체에도 존재하는 물질로, 암모니아를 (인위적으로) 첨가하고 있지 않다"며 "당류와 코코아를 첨가한 이유는 가공공정에서 손실되는 당을 보충하거나 담배 맛을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건강증진개발원은 "가향담배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중독을 촉진해 청소년이나 비흡연자들을 신규 흡연자로 유도하기 위한 담배회사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개발원은 "가향담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의 가향담배 규제를 국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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