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블래터는 식인종, 플라티니는 꼭두각시” 독설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출마의사를 밝힌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사퇴의사를 밝힌 제프 블래터(79ㆍ스위스) 현 FIFA 회장과 강력한 차기 회장 경쟁상대인 미셸 플라티니(60ㆍ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각각 식인종과 꼭두각시에 빗대어 싸잡아 비판했다.
AFP통신은 30일 “한국의 FIFA회장 후보가 ‘부패한 식인종’ 블래터와 ‘신뢰할 수 없는 꼭두각시’ 플라티니를 맹비난하다(S.Korea FIFA hopeful slams 'cannibal' Blatter and stooge Platini)”는 제목의 기사를 전세계에 타전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AFP와 인터뷰에서 “블래터 회장은 부모를 잡아먹은 뒤 고아가 됐다고 우는 식인종 같다”면서 “그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탓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플라티니가 좋은 축구선수일지 몰라도 좋은 FIFA회장일지는 의문”이라면서 “플라티니가 FIFA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지 블래터의 꼭두각시일 뿐인지 의문이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AFP통신은 또 정 명예회장이 내달 FIFA 회장선거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며, 당선시 4년 임기로 한번만 회장직을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 명예회장은 “나는 회장 집무실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려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소 과격한 표현에 대해 정 명예회장 측은 “블래터가 식인종이란 의미가 아니라 예전의 ‘식인종 시리즈’ 개그에 빗대 자신이 FIFA를 망가뜨리고도 개혁하겠다고 나서는 블래터를 표현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은 앞서도 플라티니를 블래터의 꼭두각시라고 칭한 외신보도를 인용해 플라티니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29일 영국 BBC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플라티니 회장은 축구에 정말 적합하지만, 좋은 FIFA 회장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현재 FIFA 시스템의 수혜자다. 그가 새로운 FIFA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 아니면 블래터의 추종자인지 몇 가지 의문점들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최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FIFA의 개혁은 블래터와 결별해야 가능하다. 생선은 늘 머리부터 썩는다”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한편 FIFA 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도 플라티니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알리 왕자는 30일 성명을 내고 “플라티니 회장은 FIFA 회장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FIFA는 부패 스캔들에 허우적대고 있다. 밀실 행정과 비밀거래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알리 왕자가 플라티니 회장의 과거 행동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플라티니 회장은 FIFA 비리의 장본인으로 꼽히는 제프 블래터 회장을 한때 지지한 바 있다. 알리 왕자는 플라티니 회장이 현재는 ‘반(反) 블래터’를 외치고 있지만, 결국 그도 블래터 회장과 한통속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셈이다.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 현 FIFA 회장과 대결했다가 1차 투표에서 패한 알리 왕자는 “명확한 것은 FIFA에 새롭고 독립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며 “축구선수들과 팬들은 더 존중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회장 선거 출마와 관련해선 “각국 축구협회장들과 만나 조언을 들어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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