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다가오자 달러 강세
경기 부진 속 투자자금 급격히 이탈
MSCI 신흥국지수 한달 새 6% 하락
경상수지 적자·세수 감소 악순환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신흥국 금융시장 역시 불안이 점점 고조되는 모습이다. 미국 금리인상 기대에 힘입은 달러 강세 영향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주수입원인 원자재 가격이 내리막을 걷는 겹겹의 악재 속에 주식시장 등에서 투자자금이 급격히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신흥국 주가 지표로 통용되는 모건스탠피캐피탈인터내셔널 신흥국지수(MSCI EMㆍ달러 기준)는 29일 900.12를 기록, 한 달 새 6.18% 급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 증시도 각각 -1.76%, -3.85%, -4.49%, -5.22% 하락했다. 일부 신흥국 증시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2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 발표 이후 소폭 상승했지만 추세적인 반등으로 보기는 어렵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그간 지나치게 안 좋았던 것에 대한 일시적인 반등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신흥국의 금융불안은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로 신흥국에 몰려들었던 자금이 최근 달러 강세와 함께 다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흥국 통화가치는 최근 한 달 간 6.5% 절하됐고, 이는 미국 금리인상과 함께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중에서도 대외채무가 취약하거나 미 금리인상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여력이 없는 나라 일수록 보다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던 신흥국들은 수출길이 막혀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커짐과 동시에 내부 기업들의 경영악화로 세수가 주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국가들의 정치ㆍ경제적인 상황들도 금융시장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브라질은 극심한 경제침체와 고물가 속에 국영회사 비리스캔들까지 확산되고 있고, 조기총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터키와 당내 계파간 갈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인도네시아 역시 정치적인 악재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증시 불안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금융불안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미국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 하락은 추세적인 것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펀드 등을 통한 신흥국 투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중에서도 옥석가리기를 통해 외환보유고가 양호하고 내수가 탄탄한 곳에 투자해야 한다”(신환종 연구원), “막연한 기대감으로 저가매수 기회를 노리기보다는 본인의 목표수익률에 맞춰 손절매를 고려해야 한다”(최진호 KDB대우증권 연구원)고 당부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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