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4세 부모와 동거 비율 26%
2007년 금융위기 때보다 4%p 높아
인구 늘었지만 주택 보유수는 줄어
2000년 이후 성인이 된 젊은층을 지칭하는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들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고용사정이 나아졌음에도 현재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들 젊은 어른이 다른 세대에 비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뉴욕타임스(NYT)가 리서치 전문기관 퓨(Pew)리서치센터의 조사자료를 분석해 2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성인남녀(18~34세ㆍ32만명) 가운데 2015년 4월 기준으로 부모와 동거(주택을 공유하는 상태) 중인 비율이 26%에 달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7년(22%)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2010년(24%)보다 늘어난 수치이다. 부모나 친척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독립 주거생활을 하는 밀레니얼 세대도 역시 71%(2007년)에서 67%(2015년)로 뚝 떨어졌다. 현재 해당 연령대 인구는 2007년(5,980만명)보다 300만명 가까이 늘어 6,280만여명에 달하지만 주택을 보유한 수는 2,520만명에서 2,500만명으로 줄었다. 독립해 생활하는 젊은 층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신문은 “이 같은 분위기는 학자금 융자 부담이 큰 고학력자, 취업시장에서 보다 고전하는 고졸 이하 학력자 등 모든 집단에서 동일하게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NYT는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이들 세대가 돈을 더 모으기 위해 하루라도 더 부모의 집에 머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 집을 떠나지 않는 젊은 층이 늘면서 미국의 침체한 부동산시장의 회복이 더욱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더해졌다. 신문은 현재 미국의 주택보유율이 63.4%(7월 넷째주 기준)로 196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밀레니얼 세대가 주택구입을 주저하면서 희미하게나마 회생기미를 보이고 있는 주택경기가 언제 다시 꺾일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부모에게 오래도록 의지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풍자하는 사회 현상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인터넷 데이팅 서비스인 ‘매치닷컴(Match.com)’은 최근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자들의 데이트 기술을 소개하는 ‘엄마, 아빠 집에서 데이트하는 방법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다른 데이트 관련 사이트에선 ‘나는 아직 부모님과 살아요(I still live with my parents)’라 쓰인 티셔츠를 신생아 용과 어른 용으로 각각 만들어 판매 중이다.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캘리포니아주 아카디아의 부모 집으로 이사한 클라리사 위(24)는 “얼마나 오랫동안 부모님과 살지 장담할 수 없다”라며 “이렇게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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