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비 증가로 건설 백지화 위기

하디드 "원자재 가격 상승 탓" 반박

자하 하디드.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65)가 설계를 맡은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계획이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예산보다 건축비가 너무 불어났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일본 정부가 재검토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디드 측은 건설비 증액이 자기 책임이 아니라며 논쟁을 벌이고 나섰다. 하디드는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 최고 권위의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해 널리 알려졌다.

하디드 건축사무소의 2020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조감도

하디드 건축사무소는 28일 성명을 통해 “공사비 증가는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도교의 건축 붐, 엔저 현상으로 인한 인건비ㆍ원자재 가격 상승 탓”이라고 주장했다. 사무소는 올림픽 주경기장의 운영주체인 일본스포츠진흥센터(JSC)를 향해서도 “(JSC가)제한이 많고 경쟁이 없는 입찰 방식으로 건설회사를 선정한 것, 디자인 팀과 건설사가 협력하는데 제약이 많았던 점도 비용 증가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하디드 사무소는 비용을 삭감한 디자인을 JSC에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주경기장 건설 계획 수정안 작성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서한을 아베 일본 총리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면 “건설 지연과 졸속 설계로 이어져 공사 비용이 더욱 늘어날 뿐 아니라 질 낮은 경기장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년 반 전에 국제 공모를 통해 선정된 하디드의 설계에 사실상 퇴짜를 놓은 것이다. 입찰 당시 1,300억엔 규모였던 건설비가 구체 설계 과정에서 2,520억엔으로 껑충 뛴 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가뜩이나 안보법제 밀어붙이기 등으로 궁지에 몰린 아베가 지지율을 의식해 판을 뒤엎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건축비용은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비용과 비교해도 대회 당시 환율 기준으로 5~8배에 이르는 고액이다. 하디드는 DDP 공사 때도 설계를 여러 번 변경해 당초 2,274억원이던 건설 비용이 4,840억원까지 늘어나 논란이 일었다.

하디드의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설계는 DDP나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등과 마찬가지로 특이한 디자인으로도 비난을 사고 있다. 일본 건축계에선 하디드가 디자인한 주경기장이 일본의 유명 건축가 단게 겐조가 설계한 기존의 경기장들이나 메이지신궁 정원 등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정부의 계획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평소 다른 건축가의 작품에 말을 아끼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적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가 그 선봉에 서 화제를 모았다.

한편 주경기장 건설 계획 전면 재검토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디자인 선정에서 백지화까지 2년 8개월을 허비한 데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하디드 사무소에 건넨 60억엔의 계약금도 날릴 위기에 처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국립경기장을 재건축하는 신 국립경기장 공사는 2019년 5월 럭비월드컵 개최 전까지 마칠 예정이었으나 계획 번복으로 새로 건축할 주경기장을 럭비월드컵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건 불가능할 전망이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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