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17년까지 한시 적용키로
야구계 "기대반 우려반" 일단 환영
잠실 구장은 2016년까지 이미 계약
LG·두산은 실질적 이득 못 볼 듯
서울시가 그 동안 독점해왔던 서울 연고의 프로야구단 광고권 수익을 한시적으로 구단과 나누기로 결정했다. 해당 구단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야구계에서는 좀더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순길 LG 단장은 “현행 조례는 서울 팀뿐 아니라 다른 구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었는데, 한시적이나마 개정 결정을 내렸다니 환영한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27일 임시회를 열고 ‘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핵심은 야구장 펜스와 조명탑에 부착하는 연간 광고와 컬러 전광판 광고 수익의 일정액이 각 구단에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2011년까지는 구단이 광고권을 행사했지만, 대기업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해 2012년부터 이를 회수했다.
현행 조례안은 서울시가 부득이한 사정을 제외하고는 공개 경쟁입찰에 의해 낙찰된 광고 금액을 사용료로 가져가는 것으로 돼 있다. 때문에 잠실구장은 LG와 두산이 아닌, 광고업체가 광고 판매를 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잠실구장 광고권 판매로 거둔 수익은 103억5,000만원이었다.
잠실구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LG와 두산은 서울시에 임대료(연간 25억5,000만원)는 임대료대로 내고, 마케팅에 따로 투자를 하면서도 광고 수익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야구인들은 “재주는 구단이 부리고 서울시만 배불리는 불공정한 룰”이라며 “전세집에 못도 마음대로 박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실제 현재 잠실구장엔 LG전자와 두산중공업 광고가 부착돼 있는데 구단 모기업 광고 수익을 서울시가 거둬들이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 조례안 역시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서울시가 개정 전 조례대로 현행 광고권 대행 업체와 2016년까지 계약을 해 놓은 상황이어서 개정안이 확정되더라도 현 계약을 파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LG와 두산의 잠실구장보다는 완공을 앞둔 고척 돔구장에만 실질적으로 적용돼 넥센을 겨냥한 개정안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고척돔 입주를 ‘강요’하고 있는 서울시가 넥센에 던진 당근인 셈이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지자체와 프로구단이 상호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연고지에서 프로야구단이 자생하고 지자체도 그 수익을 누리는 선순환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2017년 이후에 어떻게 다시 바뀔지 모른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서울시가 세 구단과 어떤 식으로 수익을 배분할지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가 현재 구단으로부터 연간 임대료를 받고 있는 것과 맞물려 광고 판매권 대가를 합리적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문상모(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은 “시한이 2017년 말까지 돼 있는 이유는 고척돔 야구장이 대한민국 최초의 돔구장이다 보니 야구시장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 광고 총수익이 어느 정도 될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일단 2년 반 정도 시뮬레이션해보고, 2017년 중순 정도에 다시 한번 살피겠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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