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쓰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매주 마감이 다가오면 피할 도리가 없다. 칼럼니스트는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선택해야만 한다. 기분 좋은 날, 영화나 커피 같은 삶의 긍정적 요소들에 대해 쓰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특히 습도가 높은 여름엔 기분이 오락가락 하기 마련이다. 가끔 마감 몇 시간 전엔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도 있다. 칼럼니스트를 귀찮게 하는 문제가 있을 테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마치 비닐 봉지처럼 말이다.
비닐 봉지?
그렇다. 나는 일회용 비닐 봉지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별 문제가 아니다. 나는 백팩에 여분의 헝겊가방을 넣어 다닌다. 식료품점에서 우유를 사게 되면 비닐 봉지를 거절하고 헝겊가방에 담아 오는거다. 와인을 살 때는 상황이 조금 복잡해지긴 한다. 와인가게 직원은 와인 병을 버블랩(일명 뽁뾱이) 포장을 거부하는 나를 바보로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비닐봉지 사용은 아주 큰 문제다. 편의점에서 집으로 가지고 간 비닐 봉지는 썩는 데 1000년이 걸린다. 아무리 재활용한다손 치더라도, 결국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으로 변할 것이고 썩는 데 1000년이 걸릴 것이다. 한국 또는 미국, 아니 인류 자체가 500년 동안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사용해 온 모든 비닐 봉지가 아직도 주위를 떠돌며 머물고 있다고, 조금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죽은 후의 일이겠지만, 이 행성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될 나의 유산이 바로 내가 버린 쓰레기라고 생각하면 사실 좀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계속 비닐봉지 사용을 피하고 있다. 그건 매우 합리적인 일이며, 특별히 어렵지도 않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거나, 극단적인 환경론자 쯤으로 볼지도 모른다.
한국과 환경을 살펴보면, 서울은 아주 훌륭한 재활용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고향의 재활용 센터를 관리하셨던 우리 어머니도 한국에 오셨다가 깊은 인상을 받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한국 사람들은 쓰레기 줄이기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구글에서 영어로 “plastic bags”를 입력해 보라. 페이지 아랫부분에 ‘Searches related to plastic bags’ 라는 제목을 가진 박스 하나가 나타난다. 연관 단어 여덟 개 중에 다섯 개가 비닐 봉지가 일으키는 환경적인 피해에 관련된 단어다(예를 들어 ‘plastic bags environment’, ‘plastic bags pollution’ 따위). 비닐 봉지라는 한글로 구글에 검색해 보면 ‘비닐 봉지 다이어트’ 와 ‘비닐 봉지 자살’ 등을 포함해 10개의 연관 단어를 찾을 수 있다. 환경과 관련된 단어는 없다.
구글 실험이란 게 매우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결함은 있을테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이렇다. 일상이 환경에 미치는 결과를 신경 쓰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대다수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그 사이에 타협점도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불행한 것은, 매일매일의 작은 행동 때문에 아주 큰 문제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변하길 바라는 내가 정말 이상한 걸까? 결국, 누가 쓰레기를 좋아할까?
영화 칼럼니스트 겸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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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shing Plastic
A column is a dangerous thing. Each week the deadline looms, unavoidable, and the columnist must choose a topic to write about. On days when you’re in a good mood, it’s not to hard to compose an uplifting, positive column about the good things in life, like movies or coffee. But moods go up and down, particularly in the summer humidity. Sometimes, in the hours before a deadline, you just get the urge to rant. I suppose that’s particularly true if there’s an issue that bothers you, but which no one else seems to care about... like plastic bags.
Plastic bags?
Yes, I have a thing about single-use plastic bags. On a personal level it’s not a big deal. I carry around an extra cloth bag in my backpack, so if I buy milk at the grocery, I decline the plastic bag they offer me and put the milk in my cloth bag. If I buy a bottle of wine it’s a bit more complicated, because the person at the wine shop usually thinks I’m an idiot for not wanting my wine bottle covered in bubble wrap.
Of course, from another perspective, it is a big deal. That plastic bag that I carry from the convenience store to my home will take 1000 years to degrade. Even if I recycle it, it will be transformed into another kind of plastic that will take 1000 years to degrade. Will Korea, or the US, or humanity itself still exist in 500 years? The answer to that question is impossible to know, but I can say with some certainty that all the plastic bags I’ve ever used will still be floating around the environment.
I realize that I’ll be long gone by then, but the thought that my most lasting legacy on this planet will be the trash I throw out is pretty unsettling. So I continue trying to avoid using plastic bags in the first place. It seems like a perfectly reasonable thing to do, and it’s not particularly hard. Yet, if I mention this to anyone else, people look at me like I’m strange, or some kind of environmental extremist.
Regarding Korea and the environment, I can say that Seoul has an excellent recycling program. My mother, who used to oversee my hometown’s recycling center, visited me in Korea and came away very impressed.
Nonetheless, ordinary Koreans seem to not care very much about reducing waste. If you do a search for “plastic bags” in English on Google, a box appears at the bottom of the page titled ‘Searches related to plastic bags.’ Among the eight related, commonly entered search terms, five are related to the damage caused by plastic bags to the environment (e.g. ‘plastic bags environment’, or ‘plastic bags pollution’). When you search for 비닐 봉투 on Google, you get 10 related search terms, including ‘plastic bag diet’ and ‘plastic bag suicide,’ but nothing related to the environment.
There may well be some logical flaw to my highly unscientific Google experiment above. But my general impression of Korean society is that there are a few people who care very deeply about the environmental consequences of daily living, and the vast majority who care nothing at all. There doesn’t seem to be much of a middle ground. Which is unfortunate, because the small, daily actions of the people in the middle ultimately make a big difference. It is so strange of me to wish that people would change? After all, who likes tr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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