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친구와 10년 정도 연하인 후배를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후배가 말했다. “10년쯤 후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게을러져서 못할 것 같아요. 선배들 지금 안 그래요?” 내가 입을 열었다. “그보다는 네 나이 때 진작 했어야 했던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 후배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동조하는 듯도 반신반의하는 듯도 싶었다. 친구가 말했다. “게을러질수록 하고 싶은 일에 더 매달리게 되기도 해.” 이번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런가? 난 어릴 땐 맨땅에 헤딩 정말 잘 했었는데, 지금은 그러는 것도 귀찮아졌어요.” 후배가 푸념했다. 남달리 에너지 넘치고 재주도 많은 녀석이라 충분히 그랬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맨땅에 헤딩, 을 곱씹었다. 가능 불가능 따지기 전에 하고 싶다는 욕구만으로 일을 벌이고, 벌어진 상황 안에서 전투력 좋게 견디며 고난조차 즐기려는 도박,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 새삼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말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가 좁아질수록 좋은 거겠지.” 내가 덧붙였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뭐든 하고 싶으면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곤 진짜 맨땅을 봤다. 머리를 거꾸로 박고 물구나무 요가자세라도 취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아프겠지. 우스꽝스럽겠지. 그래도, 생각만으로도 즐거웠다. 무더운 밤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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