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와 원로들이 매년 여름 바닷가의 휴양지에 모여 주요 정책 방향과 인사 등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곧 개막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0일 소식통을 인용, “베이다이허 회의가 다음주에 열린다”며 “최근 증시 폭락과 성장 둔화 가시화에 따라 올해는 일정이 예년보다 다소 당겨졌다”고 전했다. 베이징(北京)에서 동쪽으로 300여㎞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시의 베이다이허 부근 경비가 최근 강화된 것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일부 호텔들은 아예 다음주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의 가장 중요한 안건은 향후 5년 간 중국 경제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이다. 2020년까지 1인당 소득을 2010년의 2배로 늘려 샤오캉(小康)사회(풍요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현 지도부의 가장 큰 임무다. 이러한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올해 7%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앞으로 5년간 최소 연 6.56% 이상씩 성장해야 한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베이다이허에서 이에 대한 밑그림과 구체적 방안을 원로들과 상의한 뒤 오는 10월 열릴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5중전회)에서 제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을 공식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최근 증시 파동도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금융 시장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노출된 만큼 어떤 개혁 방안들이 나올 지가 관건이다.
이와 함께 9월3일 열릴 항일 전쟁 및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대한 세부 사항들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인사 이동 등도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다이허를 관할하는 허베이성의 1인자인 저우번순(周本順) 서기가 최근 전격 체포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일단 그 자리부터 채워야만 한다. 일각에선 베이징시와 상하이(上海)시 서기로 그 동안 시 주석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필해온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각각 선임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한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지도부와 원로들이 사무실을 떠나 휴양지에서 회의를 갖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여론이 나오면서 회의 규모 등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 내용은 회의 후 어떤 정책이 나오고 인사가 단행되는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처음으로 연 뒤 관례화한 베이다이허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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