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이렇게 해결하세요
1,100여가구가 사는 서울 성동구 금호대우아파트. 몇 년 전만해도 이 아파트 주민들도 층간소음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잦았다. 관리사무소엔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이 쏟아졌다.
하지만 요즘 이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갈등이 확 줄었다. 지난해 14명의 동대표들이 모여 층간소음운영위원회를 만들면서부터다. 이 아파트 김동선 관리소장은 “아파트가 갖는 익명성을 최대한 털어내는 게 층간소음 갈등 해소의 첫 단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옥상 텃밭 가꾸기, 어린이 경제교실 등을 열어 이웃 간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한 뒤 층간소음운영위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민원은 70%가량 줄었다. 소음 민원이 관리사무소에 접수되면, 1차로 사무소 직원이 중재하고, 여기서 해소되지 않으면 위원회가 나서 쌍방 의견을 충분히 듣고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꾸준히 갈등 관리에 나서는 방식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위원회는 설문조사를 진행해 주민들이 주로 언제, 무슨 소음으로 힘들어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주민자치규약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했다. 이 덕에 이 아파트는 2년 연속 서울시 공동체 활성화 사업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물론 층간소음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워낙 다양한 탓에 위원회 만으로 다툼의 씨앗을 근절할 수는 없다. 서로간에 배려가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중재 시스템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고경진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은 “아파트 생활을 해본 적 없는 할머니 한 분이 단독주택에서 생활하던 방식대로 이불도 털고, 마늘도 찧고 하다 보니 아랫집에서 관리 사무소로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라며 “처음엔 할머니가 ‘그런 것도 못 참느냐’며 핀잔을 주고 상대하려 하지 않았지만 서로 사정을 충분히 듣고 다른 생활 습관을 이해하면서 갈등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층간소음 피해자는 소음으로부터 도망갈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방치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번지는 경우가 많다. 김 소장은 “어떤 규약이나 장치보다 앞서야 할 것은 역시 배려의 마음“이라며 “앞으로 위원회를 강화하는 작업도 필요하겠지만 작은 모임을 많이 운영해 이웃을 서로 알아가는 장을 넓히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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