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산망 통해 글 올려 내부 단속
"개인의 가족 문제에 휘둘려선 안돼"
당분간 일본 머물며 업무보고 받기로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그룹 지배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뒤숭숭한 그룹 내부 단속에 나섰다. 신 회장은 당초 29일 오후 6시45분 전일본공수항공 NH865편으로 귀국 예정이었으나 당분간 일본에서 업무보고를 받으며 경영을 챙기기로 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4시쯤 그룹 사내 전산망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이례적으로 편지를 보냈다. 혹시 모를 동요하는 분위기를 다잡아 경영권을 다지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는 편지에서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한마음이 돼 지켜봐 달라”며 “롯데가 오랫동안 지켜온 기업 가치가 단순히 개인의 가족 문제에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여러분들을 위해서라도 롯데가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내부 단속에 나섰다. 그는 전날인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임원 10명과 도쿄에서 간담회를 갖고 “흔들림없이 잘해달라”고 주문했다. 롯데에 따르면 그는 이 자리에서 “경영 체제가 건전하게 형성되려면 절차가 필요하다”며 “건전한 경영체제를 만들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평상시처럼 업무를 봤지만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편이다. 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하지만 오너 일가의 일이어서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계열사는 이번 일에 영향 받지 말고 업무에 매진해 달라는 자체 통신문을 각 부서에 전달했다. 또 계열사별로 이번 사안과 관련한 근거 없는 소문을 옮기거나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는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28일 오후 10시쯤 입국해 집무실 겸 거처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칩거한 채 함구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도 신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귀국길에는 신 이사장만 동행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과 관련해 일본에서 법적 다툼 등 또 다른 파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는 롯데가 2세들의 분쟁이 표면화되자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 등 주가가 전날보다 2~6% 포인트 가량 뛰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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