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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치과의사, 짐바브웨 명물 사자 죽이고도 뻔뻔

입력
2015.07.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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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과정 합법적" 책임 회피

2012년 11월 황게국립공원에서 찍은 세실의 모습. AP연합뉴스
2012년 11월 황게국립공원에서 찍은 세실의 모습. AP연합뉴스

아프리카 짐바브웨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했던 사자 세실(Cecil)이 야생동물 사냥을 즐기는 미국인 치과의사 등에게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짐바브웨 경찰은 28일 “최근 벌어진 세실 살해 사건과 관련해 두 명의 짐바브웨인을 검거했으며 월터 제임스 파머의 행적을 좇고 있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인 치과의사인 파머는 지난 1일 사파리 가이드에게 5만유로(6,500만원)를 건네고 사자 사냥에 나섰다. 파머 일행은 화살을 사용해 세실에게 치명상을 안긴 뒤 총으로 살해한 다음 머리를 자르고 가죽을 벗겨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서식지인 공원이 아닌 공원 경계선 인근에서 사체가 발견된 것으로 미뤄 짐바브웨 당국은 파머 일행이 합법을 가장하기 위해 사냥 금지 구역인 세실을 공원 밖으로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파머는 “내가 아는 한 (사냥과 관련한)이번 여행의 모든 과정은 합법적이고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살 숫사자 세실 살해 사건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것은 그가 상징적인 의미가 큰 사자였기 때문이다. 짐바브웨 황게국립공원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던 세실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로 거론될 정도로 짐바브웨 국민과 전세계 관광객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사파리 관광로에 자주 나타난데다 다른 사자들과 확연히 차이 날 정도로 드물고 멋있는 검은 색 갈기 등 외모 때문에 그에게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주인공 ‘심바’를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은 짐바브웨의 사자 보존 방안을 찾기 위해 세실에게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오랫동안 이동 경로를 관찰해 오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식민지 시대 아프리카의 유물과 자연 자원을 약탈해온 서구의 야만적 행태를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고향 미네소타로 돌아온 파머는 사건이 세계적 주목을 끌자 책임을 현지 가이드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현지에서 적절한 사냥 허가를 받은 전문 가이드를 고용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내가 잡은 사자가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명물이며 연구 대상이란 걸 사냥이 끝날 때까지 몰랐다”며 “나는 확실하게 합법적으로 사냥할 수 있도록 현지 가이드의 전문 지식에 의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나 짐바브웨 당국과 접촉한 일이 아직 없다면서 “어떤 조사에든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 있고 합법적인 행동이었지만 사자의 생명을 앗아간 점에는 후회한다”며 법적 책임을 거듭 회피했다.

미국 언론은 파머와 이름, 나이가 같은 인물이 몇 년 전에도 위스콘신주에서 흑곰을 불법 살해해 1년간 보호관찰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파머의 블로그에는 2010년 짐바브웨에서 화살로 사냥한 표범을 잡아서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는 이 밖에도 멸종위기종인 사막큰뿔양을 비롯해, 큰 사슴의 일종인 엘크, 코뿔소 등 다양한 야생 동물을 사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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