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한ㆍ일 롯데 회장의 그룹총수 자리를 놓고 벌어진 대권 싸움은 지난해 말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본롯데와 한국 롯데의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선임과 해임이 잇따라 이어지면서다. 하지만 신 부회장과 신 회장의 승부는 초반부터 확실하게 갈렸다.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이 지난해 12월 신 전 부회장을 일본롯데상사 대표이사와 일본롯데 및 일본롯데아이스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도록 조치했다. 외형적 명분은 실적 부진이었지만 사실상 그룹내 후계구도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었다.
신 전 부회장 직함은 계속해서 떨어져 나갔다. 올해 1월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됐으며 3월 한국롯데건설 등기임원과 6월 한국롯데알루미늄 등기임원에서 모두 해임됐다.
그 사이 동생인 신 회장의 그룹 내 입지는 갈수록 강화됐다. 신 회장은 올해 3월 호텔롯데 등기임원 선임을 시작으로 영향력 확장에 나섰다. 특히 지난 3월 베트남에서 신 회장 주재로 한국과 일본의 롯데 식품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글로벌 식품 전략회의’에서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원 롯데 원 리더’라고 적힌 글귀를 보여주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는 한 명의 리더 아래 협의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해 대권 경쟁 분위기를 신 회장 쪽으로 주도했다.
신 회장은 또 지난 달 일본 도쿄에서 60여명의 현지 금융관계자들이 참여한 기업설명회에 나가 “기업은 성과를 보여야 한다”며 “일본롯데도 분발해야 한다”고 말해 일본 롯데의 직접 경영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신 회장은 이달 들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까지 오르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장악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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