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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만 찾는 기업, 눈만 높은 구직자… 간극 더 커진 '미스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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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만 찾는 기업, 눈만 높은 구직자… 간극 더 커진 '미스매치'

입력
2015.07.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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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즉각 투입 가능한 인력 선호

1분기 경력 채용공고, 신입의 4.6배

청년들 대기업ㆍ공기업 쏠림 심화

中企선 "사람 없나요" 아우성만

“다 경력직을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지난해 10월 케이블방송 tvN의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5’의 ‘면접전쟁’ 코너에서 나온 한 마디에 청년들은 열광했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과 사회 초년생의 현실을 꼬집은 이 대사는 지금도 경력직 채용공고 아래에 심심찮게 댓글로 달리고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무한경쟁 시대에 신입을 뽑아 교육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그만큼 청년고용 문제를 바라보는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간극이 크다.

당장 쓸 사람이 필요하다는 기업들

연매출 1,000억원을 꾸준히 넘기고 있는 견실한 중소기업 A사는 최근 몇 년간 채용한 대졸 신입사원이 손으로 꼽을 만큼 적다. 보수와 복지수준이 높고 향후 전망도 좋아 수요가 적지 않지만 지난해 신입사원 한 명을 뽑았고 올해는 아직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결원이 생기거나 작업량이 늘어날 경우 수시로 신규 채용을 진행하는데 부서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경력직들을 주로 원하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신입사원은 육성 비용과 노력에 비해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며 “신입사원들의 이직률이 높았던 과거 경험도 경력직 선호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도 신입보다 경력사원을 선호한다. 이들은 대부분 필요한 인력을 인력관리업체(헤드헌터)를 통해 수급한다. 중국계 한 IT기업 인사담당자는 “신입사원은 차별이 없는 파견직으로 시작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대부분 구직자들이 파견직이란 이유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1분기 등록된 채용공고 83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경력직만 채용한 공고가 25.4%를 차지했다. 신입사원 채용 공고(5.5%)보다 4.6배 많은 수치다. 임민욱 사람인 홍보팀장은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경력과 신입 채용공고 격차는 2013년 1분기 3.4배, 지난해 1분기 3.9배에서 더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들은 당장 활용 가능한 업무 숙련도, 적정 인원 유지 등을 이유로 든다.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고 있어 경력직을 바로 업무에 투입해 성과를 뽑아내겠다는 속내다. 반면 신입사원에 대해서는 교육 투자에 대한 부담, 조기퇴사로 인한 손실을 우려한다.

청년 구직자들의 눈높이도 기업에게는 채용 장벽이 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10개 기업과 학계 전문가 102명, 근로자 512명, 청년 구직자 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청년고용 제약요인 인식 실태조사’에서 기업들은 대기업과 공기업 등 상위 1% 직장에만 쏠리는 청년 눈높이를 1순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대학이 키워내지 못해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없다”며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교육을 하는데 더 좋은 곳에 합격해서 그만두는 신입사원이 한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스펙초월 채용설명회’를 개최한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 “스펙보다 사람을 봐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스펙초월 채용설명회’를 개최한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 “스펙보다 사람을 봐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중기는 구인난 호소하는 ‘수요-공급 불일치’

서울 영등포의 한 화장품 제조판매 중소기업 대표 B씨는 올해 2월 정규직 경리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바람을 맞았다. 수도권 전문대를 졸업한 여성 지원자는 당일 면접시간 30분 전쯤 “지하철역에 내렸으니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전화까지 했지만 결국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B씨는 "재차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지하철역에서 멀고, 회사 건물도 좋아 보이지 않으니 문 앞까지 왔다가 그냥 돌아간 것 같다"며 “중소기업에게는 흔한 일”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지난 4월 12일 치러진 일명 삼성 고시 풍경은 이와 너무 다르다. 삼성그룹 대졸 공채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보기 위해 전국 80개 고사장에 약 9만명이 몰렸다. 그나마 올해 처음으로 서류전형에 에세이를 신설해 10% 가량 줄어든 수치다.

엄밀히 따지면 청년고용 한파는 대기업과 공기업에 국한된 이야기다. 중소기업들은 뽑고 싶어도 구직자가 오지 않는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장가도 못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면 을 받는다.

경총이 전국 37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를 보면 중소기업의 현실이 묻어 나온다. 중소기업 평균 입사 경쟁률은 6.6대 1로 대기업(35.7대 1)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들이 포함돼 이 정도다.

고용노동부의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중소기업의 미충원 인원은 7만7,828명(미충원률 13.1%)이다. 미충원 인원은 기업이 적극 구인활동을 했는데도 채용하지 못한 인원이라 실질적으로 부족한 일손을 뜻한다.

미충원 인원이 많은 이유는 중소기업중앙회가 2013년 말 9,0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실태조사’에서 확인된다. 이 조사에서 “취업지원자가 없다”는 응답비율이 48.3%였다. 청년 실업자 40만 시대가 무색해지는 결과다.

이 같은 구인ㆍ구직자 간 불일치는 청년 고용의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김인석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이제는 중소기업도 사내문화와 작업환경을 바꾸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힘든 일이지만 대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기여한 직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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