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전환 급증, 대출 의존도 높여
45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전세보증금이 향후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8일 발간한 ‘전세의 월세화와 가계 자산부채구조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세 세입자와 임대인 모두 부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입자의 경우 전세의 월세 전환에 따른 과도한 월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직접 주택 매입에 나서면서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상반기 주택매매 거래량은 역대 최대 규모인 61만796건을 기록했다. 특히 초저금리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은행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전세 세입자들의 주택 매입을 위한 대출이 쉬워진 것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임대인들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전세 세입자에게 내주면서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대보증금 부채를 보유한 가구 가운데 보증금이 금융자산을 초과하는 경우가 전체의 52.8%에 달했다. 이는 세입자가 이사 갈 때 임대인 중 절반 이상이 빚을 내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여력이 있는 임대인들도 자산을 처분하기 보다는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전세보증금을 변제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초저금리 현상으로 월세를 통해 얻는 수익률이 시중 금리보다 높다 보니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하락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전월세전환율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간 격차는 여전히 4%포인트를 상회하고 있다.
이휘정 수석연구원은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채무는 사실상 가계가 부담할 채무임에도 불구하고, 통계상 가계부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전환 과정에서 착시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가계부채가 1,100조원이라고 발표하지만 전세보증금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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