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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펀드처럼 비과세 혜택... 해외 투자 붐 기대감

입력
2015.07.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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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평가차익에 국내 펀드처럼 세금 안 매겨 투자 활성화 기대감

비과세 혜택 없는 기존 펀드는 대규모 환매 사태 맞을 수도

세계 증시 차별적 성장 전망… '몰빵' 피하고 분산투자 바람직

지난달 말 정부가 해외증권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가칭)에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정 한도 내에서 이 펀드에 투자하면 세금을 한 푼도 물리지 않겠다는 게 골자. “비과세란 말만 들어가도 투자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과세 상품이 귀한 현실에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는 비과세 해외펀드의 도입이 해외 주식 투자 활성화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경제가 성숙할수록 자본시장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기 마련인데, 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주식 투자 문턱이 낮아지면 더 넓은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관련 상품 개발 등 정부 정책 도입에 따른 후속 조치를 준비하면서도 정부가 설정한 비과세 요건 제한이 가져 올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과세 해외펀드는

정부의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 도입 방안에 따르면, 이 펀드에 대해서는 매매ㆍ평가 차익에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다. 지금은 해외주식 펀드에 투자해 수익이 나면 배당소득세 15.4%(소득세 14%+지방세 1.4%)가 부과되고, 그 수익이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종합과세 대상자로 분류돼 초과분에 최대 41.8%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에 비해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하면 주식 매매ㆍ평가 차익에 과세가 되지 않는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도 0.3%의 거래세만 부과된다. 이번에 만드는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에는 국내주식 상품과의 이런 차별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상품을 내놓게 된 건 돈을 나라 밖으로 퍼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누적돼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에 쌓인 외화를 빼내 원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지난달 해외투자활성화 방안을 통해 일단 해외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 중 운용기간이 10년 이내인 펀드에 한해 개인당 납입 한도를 설정해 비과세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과세 혜택은 기존 해외펀드에는 적용되지 않고, 비과세용으로 새로 만들어진 전용상품에만 혜택이 주어진다”고 덧붙였다.

해외투자 붐 기대하는 업계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록 정부가 달러 퍼내기를 염두에 두면서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렇게라도 해외주식 투자가 활성화하고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비과세 해외펀드가 도입되면 해외투자가 활성화돼 가계의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증권 투자액은 13%인데, 미국 55%, 일본 70%, 프랑스 103%에 비해 해외증권 투자가 매우 부진한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다만 비과세 요건 제한이 가져올 투자수요 감소를 걱정하는 눈치다. 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어떻게 확정될 지를 지켜보면서 내부적으로 관련 상품을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새 펀드에만 비과세 혜택을 주는 부분이나 1인당 납입한도를 너무 낮게 잡는 상황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신규 펀드에만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한 점과 관련, ‘제살깎기’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해외펀드는 15.4% 세금을 그대로 내는데, 신규펀드만 비과세하면 투자자들이 다 새 펀드로 갈아타면서 펀드런(대규모 펀드 환매)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1인당 납입 한도를 제한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에 제한이 많으면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해외주식에 투자된 돈이 장소만 바꿔 이동하지 않겠느냐”면서 “실제론 카니발라이제이션(한 기업의 새 상품 때문에 그 기업 기존 상품 판매가 감소하는 현상)만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계증시 향배가 복병

정부가 2007년 이후 8년 만에 야심차게 들고 나온 해외펀드 비과세 카드가 성공을 거두고 ‘달러 퍼내기’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글로벌 증시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줘야 한다. 시장이 좋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등을 떠밀어 봐야 아무도 해외주식 펀드에 가입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세계증시가 시장에 따라 차별적인 움직임을 보여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오온수 현대증권 팀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경제가 회복됐다는 것이고 유럽 역시 실물경기 회복 신호가 나오고 있다”면서 “그리스 사태가 일단락 되는 등 선진국 경기는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신흥국 쪽에서는 유동성 위기가 있을 수 있다”며 “달러 유동성을 등에 업고 부채비율을 늘린 신흥국(러시아,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증시의 향배 역시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을 뚫고 나가려면 ‘몰빵’을 피하고 분산 투자하라는 기본원칙을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다. 오온수 팀장은 “기대수익률을 합리적 수준으로 끌어 내리고, 중국에 투자하면 다른 지역에도 투자하는 식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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