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개관 광주 예술극장 기획자로
20세기 파장 일으킨 작품 무대에
“피나 바우시(1940~2009)의 무용을 처음 봤을 때, 전 사회를 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했어요. 남성과 여성의 관계, 불가능과 가능을 말하는 방식 등등 말이죠. 제 경험을 보다 많은 관객과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유하고 싶어요.”
‘세계공연예술의 대모’로 불리는 프리 라이젠(65) 벨기에 쿤스텐 아트페스티벌 창립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9월 개관하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정규 프로그램 ‘아워 마스터(Our Masters)’ 기획자로 20세기 공연예술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온 작품들을 재조명한다. 28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광주에 아시아 컨템퍼러리 아트(동시대 예술)를 선보이는 극장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최초의 시도’라는 생각이 들어 제안 받고 바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초 공연예술은 지나치게 서구 중심으로 흘렀는데, 이제 각 지역마다 고유의 예술이 뭔지, 그 기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할 때”라고 덧붙였다.
라이젠은 국제 공연예술의 혁신에 기여한 투사적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80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데 싱겔 극장의 창립감독으로 이름을 알렸고, 공연기획자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쿤스텐 아트페스티벌을 1992년 창립해 2006년까지 이끌면서 국제예술계가 주목하는 행사로 끌어올렸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문화예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라스무스 상을 수상했다.
그는 동시대 예술을 “오늘날의 사람들이 오늘날의 언어로 오늘날의 관객을 위해 현재 만드는 예술”이라고 정의하며 “예술은 누군가의 기쁨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예술과 문화, 엔터테인먼트 경계를 나누는 기준은 ‘질문’입니다.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는 보다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지만, 예술은 모든 이를 기쁘게 하지 않아도 사회를 제대로 반영하고 질문을 던져 사람들이 다시 한번 사고하도록 하는 거라고 봐요.”
라이젠은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아워 마스터’를 통해 20세기 공연예술사에서 오늘날 가장 큰 파장을 준 작품들을 선보인다. 필립 글래스ㆍ로버트 윌슨의 5시간짜리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10월)을 비롯해 팀 에첼스의 연극 ‘더티 워크’ ‘마지막 탐험’(11월) 크리스토프 마탈러의 음악극 ‘테사 블롬슈테트는 포기하지 않는다’(내년 3월), 윌리엄 켄트리지의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내년 5월)이 관객과 만난다.
일본 무용가 히지카타 다쓰미(1928~1986)의 부토(舞踏ㆍ일본 전통극 노와 가부키를 서양 현대무용과 접목시켜 만든 춤)를 당시 일본 문화예술인들과의 교류로 재조명한 다원예술 ‘부토프로젝트’도 내년 5월 선보인다. 라이젠은 “부토를 비롯해 아시아 여러 작품에서 많은 감동과 영감을 받았다”며 “20세기 공연예술에 영향을 준 작품을 찾아 소개하는 한편,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한국 작가의 작품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마지막 장소였던)예술극장의 역사적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직접 말하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다룬 기획, 공연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추모의 장소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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