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전 B조 제3국
백 박영훈 9단 흑 박정환 9단
장면 8 우하쪽 백 대마가 완전히 갇혔다. 궁도가 너무 좁아서 안에서는 절대로 두 집을 만들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흑돌과 수상전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거꾸로 흑을 잡을 수 있다면 물론 좋고, 아니면 최소한 백돌을 모두 다 놓고 따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앞 장면에서 박영훈이 △로 젖힌 게 수상전의 급소다. 흑도 응수를 잘 해야 한다. 박정환이 1, 3을 선수한 다음 가만히 5로 하변을 막은 게 올바른 응수다. 자칫 참고도 1로 반발했다간 2, 4로 백 대마가 간단히 살아 버린다.
이렇게 된 이상 6부터 12까지 피차 외길수순을 거쳐서 엄청난 바꿔치기가 이뤄졌다. 흑이 우하쪽 백 대마를 잡은 대신 백은 중앙을 몽땅 다 집으로 만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흑이 여기서 손을 뺄 수 없다는 것. 백이 먼저 A로 이으면 수상전을 벌여야 되는데 흑이 백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공배를 모두 다 놓고 따내야 한다면 큰일이다. 그래서 박정환이 13부터 17까지 한 수 더 보강했고 박영훈도 18로 중앙 대마를 확실히 살아 두었다.
자, 이렇게 되면 과연 전체적인 형세는 누가 유리한 것일까. 얼핏 보기엔 우하귀 흑집이 워낙 커서 흑이 확실히 우세를 굳힌 것 같지만 막상 정밀하게 형세판단을 해 보니 의외로 미세한 형세다. 이제부터 두 선수의 끝내기 다툼이 볼 만할 것 같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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