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완전국민참여경선(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이 제도는 유권자들이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고 정당의 예비선거에서 공직자 후보에게 투표하는 후보선출 방식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당원뿐 아니라 일반국민이 공직자 선거 후보 선출에 참여함으로써 정당의 개방성이 제고된다. 민주주의의 위기 중의 하나인 참여의 위기와 대표성의 위기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작다고 할 수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의 여야 동시실시를 제안했다. 새정치연합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기존의 기득권 질서를 고착화하기 위해 경쟁을 가장한 독과점 체제’라며 공식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여야 정당 모두 찬성하지 않으면 사실상 오픈프라이머리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표성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순수하게 제도적 관점에서 보느냐, 여야 정당 내부의 권력지형적 시각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둘러 싸고 여야의 계산법이 다르고, 정당 내부의 계파적 이해 또한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프라이머리가 특정 정치세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자의적 공천권 행사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면이다. 또한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시킨다는 명분도 있다. 당세가 위축될 때 개방성을 증대시킴으로써 정당의 외연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새정치연합의 전신)이 그랬다. 당시 민주당은 일반국민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했다. 노무현 후보의 바람을 실현시켜 준 국민경선이 없었더라면 당시 한나라당에 비해 약체이던 민주당이 전국 흥행과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본선에서도 승리했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후보 선출권이 유권자에게 주어짐으로써 당의 역할은 축소되며 공직자 후보를 추천하는 정당 본연의 기능도 위축된다. 시민사회의 이익을 표출ㆍ집약하고 정책으로 산출하는 정당의 본령이 위협받을 수 있다. 국민이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동원된 유권자일 수도 있고 예비선거와 본선거의 두 번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일부러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에 표를 던질 수 있는 이른바 역선택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현역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에는 불리한 제도이기도 하다.
차기 총선에서 청와대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김무성 대표와 비박 그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밀어붙이려 한다. 반면 20%의 전략공천을 관철시킴으로서 내년 총선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문재인 대표 등 야당의 주류는 이를 반대한다. 김무성 대표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되돌려 준다는 명분으로 야당을 반개혁적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으나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반대한다고 반개혁적이라고 볼 근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내 계파나 여야 모두, 국민과는 유리된 정치적 유ㆍ불리의 관점에서 오픈프라이머리에 접근하고 있다. 현실정치가 권력 획득을 위한 쟁투의 장이더라도 명분은 서야 한다. 장단점이 있는 제도적 디자인으로 상대 정치세력을 몰아붙이는 것이야말로 정치공세이고 개악이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개혁의 본질이 아니다. 오픈프라이머리의 순기능이 부각되려면 더 많은 고민과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공직자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 정당정치의 핵심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는 소수와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가 대표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후보 선출 절차가 정당의 본질을 결정하며 후보 선출권을 가진 사람이 사실상 정당의 주인”이라고 했다. 무엇이 정당의 주인을 제대로 찾는 길임을 고민해야 한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과대포장되어선 안 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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