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는 오늘날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을 만든 게임 중 하나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에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세계를 배경으로 10여년 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게임은 이달 초 원작보다 한 단계 진화한 후속작 ‘메이플스토리2’로 거듭났다.
넥슨이 무려 5년간 개발한 메이플2는 ‘2탄은 실패한다’는 게임업계 속설을 깨고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30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이 같은 메이플2의 초반 성공은 녹녹하지 않은 국내 게임 환경을 이겨낸 결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나마 온라인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나 ‘리니지’ 등 남성 이용자 중심의 무거운 게임이 인기를 독식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메이플2 개발을 총괄한 넥슨의 김진만(39) 디렉터는 “어린이와 고연령자, 여성 등 모든 이용자가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했다”며 “여전히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아직 게임의 즐거움을 모르는 이들도 메이플2를 통해 게임의 맛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디렉터는 2000년대 초반 게임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던 온라인 게임 ‘퀴즈퀴즈’와 메이플스토리를 만든 넥슨의 대표 개발자다. 그만큼 메이플2에 대한 업계의 기대와 그가 느끼는 책임감이 남달랐다.
하지만 김 디렉터는 총괄자로서 속력을 내라고 채찍질하는 대신 오히려 권위를 내려놓은 것이 변화무쌍한 업계 흐름 속에서 150여명의 동료들과 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는 “직위 구분 없이 소통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모든 팀원이 기획자인 동시에 디자이너, 개발자, 이용자로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기 때문에 최신 흐름과 동떨어지지 않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김 디렉터는 모바일보다 뛰어난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수십만 명 동시 접속이나 끊김 없이 자연스러운 움직임 등 아직까지 모바일 게임에서 구현 불가능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메이플2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게임 이용 환경이 전환되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온라인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으로 다시 온라인 부흥기를 불러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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