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설치해 감시ㆍ정신 병력 파악 등 경찰 총기사고 예방책 실효성 의문
경찰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총기 출고자들을 감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고 예방 대책을 새롭게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20일 경찰위원회를 열어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 시행령’을 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주요 내용은 총기 출고자에게 위성항법장치(GPS) 기능이 있는 앱을 설치하게 하고, 정신질환 경력을 관련기관을 통해 조회하는 등 총기 출고 및 소지를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스마트폰에 위치추적이 가능한 앱이 설치되면 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총기 소지자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어 이상행동 판별도 쉬워진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는 현장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령 총기 사용자가 휴대폰을 임의로 방치하거나 작심하고 배터리를 분리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추적은 불가능하다. 김철훈 야생생물관리협회 부회장은 “총기를 반출한 뒤 휴대폰을 버리면 돌발행동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며 “엽사 수가 많을 경우 개인의 움직임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통신사 기지국을 활용해 일반 휴대폰(피처폰)를 쓰는 총기 사용자를 감시하겠다는 방침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렵장이나 유해조수가 나타나는 농가 등은 대부분 지방의 한적한 시골에 있는데, 기지국 간 거리가 멀어 정밀한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위치기반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통신사 기지국 사이 거리가 5~10km까지 떨어져 있어 사용자의 위치를 특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선서 형사과 관계자는 “기지국 추적 방식은 대상 범위가 넓어 사전에 사용자의 지인이나 예상 동선 등을 파악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신병력을 파악해 총기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안 역시 우발적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시행령은 치매 정신분열 양극성우울장애 등 총기 소지가 부적절한 7개 병명에 대해 병무청 등 관련기관으로부터 사전 정보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이미 공개된 정보로는 잠재적 정신질환자나 계획 범죄에 대응이 어렵다. 실제 이번 시행령 개정의 계기가 됐던 지난 2월 세종ㆍ화성시 총기사고 피의자들의 경우 모두 정신병력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신질환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른 분노 때문에 작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범죄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과거 병력 자료만 갖고 총기 사고를 예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11월 시작되는 수렵기간 전까지 앱 개발이나 관제센터 운영 등 세부 사안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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