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만원대 저렴한 가격에 어린이용 키즈폰, 고령층 젠틀폰 등
맞춤형 제품 올 들어 9종 쏟아져… 제조사도 틈새시상 공략해 이득
불법 휴대폰 보조금을 줄이기 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업체들과 휴대폰 제조사들의 전략이 올해 들어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통 3사가 똑같은 휴대폰을 앞세워 보조금으로 출혈 경쟁을 벌이는 대신 다른 이통사에 없는 단독 전용폰으로 차별화 경쟁에 나선 것이다. 단통법 이후 이통사를 옮기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저렴한 휴대폰을 찾는 실속파가 늘었기 때문이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각 사별 전용으로 나온 스마트폰은 총 6종이다. 여기에 스마트워치 2종과 SK텔레콤이 이번 주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갤럭시폴더’(가칭)까지 합하면 전용 스마트폰은 9종에 이른다. 2013년과 지난해 이통 3사 전용폰이 각 10종씩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7개월 만에 지난해 출시된 것만큼 전용폰들이 쏟아졌다.
전용폰은 기획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제조사와 이통사가 협력해 제작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어린이에 특화한 시계형 휴대폰 ‘T키즈폰’(SK텔레콤), 셀카족을 위한 대화면 스마트폰 ‘G스타일로’(KT), 고령층을 공략한 ‘LG젠틀’(LG유플러스) 등 특정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이 탄생했다.
또 소비자들도 선호하는 휴대폰이 고가에서 중저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통사와 제조사들도 여기 맞춰 20만, 30만원대 스마트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저가형 휴대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SK텔레콤이 지난달 LG전자와 손잡고 출시한 ‘LG 밴드플레이’의 경우 휴대폰 구입시 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10대와 50대가 전체 구매자의 60%를 차지한다. 그만큼 전용 제품이 특정 소비자 공략에 효과적이다.
이처럼 올 들어 이통사 전용폰 출시가 늘어난 이유는 단통법 시행 이후 불법 보조금 경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보조금 액수를 차별화해 경쟁하는 것이 어려워져서 경쟁업체에 없는 좋은 스마트폰과 서비스를 얼마나 더 갖췄느냐가 이용자 확보를 위한 관건이 됐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전용 휴대폰 출시가 묘책이다. 전체적으로 중저가폰 판매가 늘고 있지만 중저가 제품을 주력으로 삼아 확대하면 매출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통사 한 곳과 협력해 저렴한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제조사에 유리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통사 전용 제품은 이용자들의 사용 습관과 맞으면서 저렴한 휴대폰을 찾는 최근 소비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여기에 제조사, 이통사의 이해관계도 맞아 떨어져 전용폰 출시가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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