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두산 장원준(30)이 지난 겨울 롯데에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4년간 84억원에 도장을 찍을 때 이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뛰어난 투수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몸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의구심도 있었다.
장원준은 묵묵히 자신이 갈 길을 갔다. 김태형 두산 감독 또한 "20승을 하라고 데려온 건 아니다"면서 "본인의 평균 기록이 있지 않나. 그 정도를 해주며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부담을 덜어줬다.
그 결과 장원준은 이적 첫 해부터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2일 인천 SK전에서 6이닝 무실점 투구로 시즌 18번째 등판 경기 만에 10승을 쌓았다.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의 기쁨도 뒤따랐다.
이로써 두산은 구단 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10승 이상을 거둔 2명의 왼손 투수를 배출했다. 장원준에 앞서 유희관(12승)이 먼저 두 자릿수 승리 고지를 밟았다. 김 감독은 "둘이 벌써 22승을 했다"며 "팀에 큰 힘"이라고 반색했다.
야구장 안팎에서 항상 유희관과 붙어 다니는 장원준 또한 "성격이 조용한 나와 활발한 희관이는 극과 극인데 오히려 더 잘 맞고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는 것 같다"면서 "서로 잘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6시즌 연속 10승 달성 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10승은 했지만 중요한 순위 싸움이 아직 남아 있어 그렇게 말을 했다. 물론 10년 연속 10승 등 길게 하면 할수록 더욱 좋을 것이다."
-새 팀에 와서 올 시즌 승리 페이스가 빠르다. 두산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은데.
"나는 삼진을 잡는 투수가 아니다. 잠실은 경기장이 크다 보니까 장타에 대한 부담을 덜고 공격적으로 맞혀 잡는 투구를 할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몸값에 대한 부담보다 로테이션만 지켜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자기 몫을 해주는 거라고 했는데.
"감독님이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던지라고 주문했다. 성적이 아닌 이닝만 길게 끌고 가라는 말도 해줬다."
-경기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어떤 생각을 하고 등판하는지.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하자는 생각으로 올라온다. 점수를 안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초반에 1~2점을 주더라도 야수들을 믿고 던진다. 볼 카운트가 유리할 때는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빠른 템포로 승부를 건다."
-포수 양의지의 리드를 보면 몸 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내가 몸 쪽을 잘 던진다는 걸 알고 볼 배합을 가져간다. 등판 때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바깥쪽이 잘 들어가는 날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 바깥쪽으로 사인을 내기도 한다. (양)의지가 리드를 잘 해줘 믿고 던진다."
-최근 로테이션을 보면 비슷한 유형의 유희관과 이틀 연속 나란히 등판한다. 상대 타자 입장에서 눈에 쉽게 익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는데.
"유형은 비슷할 수 있는데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항상 붙어 다니는 유희관과 죽이 잘 맞아 보인다.
"2007년 야구 월드컵 때 처음 친해졌다. 군대에서는 서로 상대 팀(장원준 경찰, 유희관 상무)에 있었지만 친하게 지냈다. 성격이 조용한 나와 활발한 희관이는 극과 극인데 오히려 더 잘 맞고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는 것 같다. 또 서로 잘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
-남은 시즌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초반에 팔꿈치가 아파 로테이션을 빠지면서 팀이 어려웠다. 앞으로 부상 없이 마지막까지 로테이션을 지키겠다. 우승을 위해 나를 데려왔다는 말을 듣는데 선수라면 누구나 우승이 목표 아닌가. 팀이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
사진=두산 장원준.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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