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박수 받는 3세대 경영인의 조건

입력
2015.07.26 20:00
0 0

“대한상공회의소 16만 회원 중 97% 이상이 중견ㆍ중소기업 오너입니다. 대부분 자수성가한 분들로 최대 관심사는 기업의 지속 가능과 가업 승계이죠. 기업 미래를 이끌어 갈 자식을 위해 해외 유학도 시키고, 다른 기업에 보내 밑바닥 경험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정작 자식을 보면 불안하고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말도 안 듣고 제멋대로 하려고 하지만, 과연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마음을 열고 들어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그‘나름대로’생각을 가진 젊은 경영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말이다. 지난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는 3세대 경영인 3인이 산전수전 다 겪은 기업인들 앞에서 경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 담백하게 토로했고, 청중들은 환호했다.

가업인 오뎅 만드는 것이 싫어 유학을 갔다가 건강 악화로 쓰러진 아버지 대신 회사를 맡아 4년 만에 혁신적인 방식으로 매출을 25배 끌어올린 회계사 출신의 30대 어묵업체 관리실장. 호텔 회장인 아버지에게 배운 서비스 정신으로 경쟁이 치열한 외식 업계에서 20년간 자신의 브랜드를 키운 40대의 당찬 여성 경영인. 세계 5대 광고제를 휩쓴 전문 광고인이면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선 혁신적인 가치 공유 비즈니스가 필요하다며 콘돔사업을 하고 있는 광고회사 부사장까지. 이들은 가업을 그대로 물려받기보다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키우거나 아예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신념으로 시장에서 경쟁하는 청년 기업가들이다.

3대째 내려온 원조 부산오뎅 ‘삼진어묵’의 박용준 실장은 200억원의 빚에다 패배의식에 젖은 직원들을 다독이며 어묵의 혁신적인 프리미엄화로 전국 오뎅 팬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어묵업계의‘제빵왕 김탁구’다. 그는 “제가 오뎅 대표 브랜드인‘부산어묵’을 ‘삼진어묵’으로 바꾼다고 했을 때 아버지로부터 ‘제정신이냐. 그렇게 해서 오뎅을 팔 수 있겠느냐’며 야단을 맞았다”며 “이제 포털 검색 순위에서 ‘부산어묵’ 보다 ‘삼진어묵’이 더 인기여서 다행이고, 100년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남충우 전 타워호텔 회장의 장녀 남수정 썬앳푸드 사장은 음식점 ‘메드포갈릭’과 ‘토니로마스’ 등을 성공시킨 외식업계의 ‘미다스 손’이다. 남 사장은 할아버지 때부터 호텔사업을 해오며 배운 서비스 정신을 이어받아 손님 말이면 무조건 들어주는 ‘예스 마인드’를 성공 비결로 꼽는다. 그는 “심지어 짝퉁 쿠폰을 가져와도 받아주고, 매장에 없는 소주를 찾는 손님 요구도 들어준다”며 “새로운 브랜드 중 절반이 성공하고 절반이 실패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승부사 기질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은 ‘가치공유 비즈니스’라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소개했다. 낙태나 청년실업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며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 시대에 필요한 가치사업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콘돔 상자를 화장품처럼 꾸며 ‘바른생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면서 “이를 통해 편의점에서 콘돔 사는 걸 부끄러워하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로 고통 받는 농민을 돕기 위해 잼 사업도 벌이고 있다. 그가 만든 콘돔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판매 순위 4위에 올랐고, 새로 출시될 오디 잼은 인터넷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최근 재계의 관심은 삼성, 현대차, 한화, 신세계 등의 3세대 경영인에게 모아지고 있다.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경영권 승계 과정을 밟고 있는 이들은 제주포럼 3인과는 달리 조직의 틀에 갇혀 소신대로 사업을 마음껏 펼쳐보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더 답답하고 외로울 수밖에 없다. 이젠 적극적으로 시장 및 소비자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주주들에게 사업 구상을 소신 있게 밝히는 모습도 좋다. 시장과 직접 소통하는 자세만 보여도 뜨거운 격려의 박수가 쏟아질 것이다.

장학만 산업부 선임기자 trend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