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압병상 5개, 격리병상 38개
매년 환자 대응훈련, 교육 철저
환자 뚝 끊겼다 최근 '국민안심병원' 이미지 굳히며 정상화
‘한 명의 추가 발생자도,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메르스를 퇴치시킨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경북도의사회가 최근 동국대 경주병원에 내건 현수막 문구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들이 이 병원 음압실에서 치료를 받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 데 대한 지역 의료계의 격려와 고마움이 담겨있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 입원 기간 동안 병원은 환자 급감 사태를 겪어야만 했다. 보건복지부 ‘국내 1호 전염병 대응 교육ㆍ훈련 지원센터’로 지정된 덕분이다. 메르스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한 이동석(53ㆍ사진) 동국대 경주병원장을 만났다.
_수도권 환자 이송 후 경주에서 첫 확진자(59ㆍ교사)도 발생,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병원 분위기가 무거웠을 것 같다.
“5월20일 경기 평택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9일 만인 29일 밤 질병관리본부의 지시로 70대 후반의 할머니 환자 2명이 이송됐다. 병원 본관 8층의 음압병실로 격리 입원시키면서 고난은 시작됐다. 그 다음날인 30일부터 SNS를 통해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동국대 경주병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마라’는 메시지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 후 입원 환자들은 퇴원을 서두르고, 외래 환자들은 발길이 뜸하다 못해 뚝 끊겼다. 병원 부대시설인 장례식장에는 이용객이 제로 상태였다.”
_음압실을 갖춘 격리병동은 언제 들어섰나.
“2011년 정부지원금 12억원을 받아 음압병상 5개 등 38개의 격리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감염병 환자 대응 훈련과 교육을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다. 국내 1호 전염병 대응 교육ㆍ훈련 지원센터로 지정된 덕분에 시뮬레이션도 많이 했다. 확진자 완치 뒤에는 철저한 대응 훈련이 있었다고 자부한다.”
_메르스 사태 때는 시민들의 발길이 뜸했지만 이를 겪으면서 병원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좋아지고 있다는데.
“경주 시내 곳곳에 병원 의료진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현수막이 내걸린 것을 보고는 코끝이 찡했다. 30여 명의 전담 의료진이 환자 치료에 매달린 끝에 사경을 헤매던 수도권 환자 2명과 지역 환자가 완쾌,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시민들도 국민안심병원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그 후 환자들이 다시 병원을 찾아 정상으로 회복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지역민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_메르스 어떤 전염병인가.
“모두 알다시피 중동지역 낙타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높고 사람간 밀접한 접촉에 의한 전파가 가능하다. 메르스는 감기와 유사한 호흡기감염 질환이기 때문에 평소 개인위생을 잘 지킨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_전염병 확산은 앞으로도 숙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선점을 발견한 것이 있다면.
“솔직히 지방병원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정부 차원의 일관성있는 절차,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아직도 완벽한 격리 병동을 갖지 못한 것은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현재 격리병동의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모두 퇴원했고, 추가 발생이 없다면 이달 말 소독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리나라에는 음압병실 소독 전문업체가 3, 4곳에 불과해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필터를 갈고, 병실 전체를 가스로 소독하는 작업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완벽하게 소독해서 전염병에 대비하겠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약력
오성고, 경북대 의대 석ㆍ박사
미국 UCHSC 연수
동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부원장
동국대 경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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