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중순 서울 서초동 도로변에 운전석쪽 앞바퀴가 빠진 차가 서 있었다. 운전대 앞에는 직장인 김모(46)씨가 만취해 잠들어 있었고, 이를 본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깨워도 몸을 가누지 못했다. 측정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수치인 0.159%에 달했다.
경찰은 그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봤지만 김씨는 “영등포구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술을 마시고 계산한 뒤부터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음주운전을 했을 리가 없다”고 부인했다.
1심은 “피고인이 운전석에서 발견됐더라도 직접 운전하지 않았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만취 상태였던 김씨의 상태치고 차량은 도로변과 평행하게 반듯이 주차돼 있었으며 뚜렷한 사고 흔적도 찾을 수 없었던 점을 고려했다. 경찰이 김씨의 동선을 따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거나 주차된 현장 주변 탐문을 하지도 않아 김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확실한 물증도 없었다. 김씨의 차량에는 운행 중 자동 잠금기능이 있어 김씨가 운전했다면 문이 닫혀 있어야 했지만 경찰이 왔을 당시 차 문은 열려 있었다는 점도 김씨에게 유리한 사정이었다.
그러나 2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임동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빠진 운전석쪽 타이어 부분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차량 발견 당시 운전석쪽 타이어가 빠져나갔고, 휠의 테두리가 긁히고 약간 마모된 점 등이 김씨가 실제로 음주운전했음을 증명하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타이어가 완전히 빠지고 나서도 계속 주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술에 취하지 않은 정상적인 사람이 이렇게 운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