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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들의 반상 대결… 조훈현, 조치훈에 예상밖 시간승

입력
2015.07.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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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 이례적 양화점 포석 주도권

대마 수습하다 초읽기 몰려 '사고'

팬들 아쉬운 탄성 속 패배 인정

한국 바둑의 두 전설 조훈현(왼쪽) 9단과 조치훈 9단이 26일 오후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한국 현대바둑 70주년' 기념 대국을 갖기 전 악수를 나누며 웃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한국 바둑의 두 전설 조훈현(왼쪽) 9단과 조치훈 9단이 26일 오후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한국 현대바둑 70주년' 기념 대국을 갖기 전 악수를 나누며 웃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머리에 서리가 앉은 바둑의 전설들이 12년 만에 맞붙은 반상 대결은 시간 싸움으로 승패가 갈렸다. 조훈현(62) 9단과 조치훈(59) 9단이 26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인 대국에서 조치훈 9단이 초읽기를 놓친 탓에 조훈현 9단이 154수 만에 승리했다. 한국 현대바둑 70년을 기념해 한국기원이 주최한 자리였다.

1980~90년대 세계 바둑계를 주름잡았던 이들의 이날 대국은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이었다. 실리파로 잘 알려진 조치훈 9단이 이례적으로 양화점 포석을 들고나와 초반부터 조훈현 9단의 하변 대마를 공격, 대국의 주도권을 잡았다. 쫓기던 조훈현 9단은 우변 손해를 감수하고 대마 탈출에 성공한 뒤 하변 흑 대마 역공에 나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하변 싸움이 일단락된 뒤 상변 접전에서 조훈현 9단이 우상변과 상변에 집을 확보했으나 조치훈 9단은 좌상변 대마를 잡아 다소 우세하게 경기를 이끌었다.

세월 탓일까. 미세하게 앞선 조치훈 9단이 중앙 흑 대마만 큰 문제없이 수습하면 결승점이 보이는 순간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 조훈현 9단이 중앙 흑 공격을 시작했으나 ‘타개의 천재’라고 불렸던 조치훈 9단이 어렵지 않게 수습할 것으로 예상되던 시점이었다. 각자 제한시간 1시간, 40초 초읽기 3개가 주어진 가운데 제한시간을 다 쓰고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조치훈이 계시원의 ‘열’ 소리와 함께 돌을 놓은 것. 바둑 규정상 대국자는 계시원의 마지막 ‘열’ 소리가 들리기 전에 착수를 해야 하며 초읽기의 마지막 ‘열’이 나오면 시간패가 선언된다.

양 대국자 모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고 공개 해설장을 가득 메운 바둑 팬들 사이에는 아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날 공개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이 “두 기사의 승부는 초읽기에서 결정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시간패는 뜻밖의 결과다. 일각에서는 친선 대국인 만큼 대국을 계속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심판을 맡은 김인 9단이 두 기사의 의견을 물은 결과 조치훈 9단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이로써 두 기사의 상대전적은 비공식 대국을 포함해 조훈현 9단이 9승 5패(공식 대국은 7승 3패)로 앞서게 됐다.

대국 후 공개해설에 나선 조훈현 9단은 “조치훈 9단이 역시 고수”라며 “바둑은 이기고, 승부는 져줬다”고 말했다. 조치훈 9단은 미소를 띈 채 “진 사람은 말하면 안 된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이어 대국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본 바둑팬들과 만남의 시간도 가졌다.

세계 최연소인 9세에 입단해 프로 통산 160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조훈현 9단은 1980년대 국내 기전을 전부 석권하는 전대미문의 전관왕(80년 9관왕, 82년 10관왕, 86년 11관왕)을 3차례나 기록한 한국바둑의 레전드다. 특히 89년 상금 100만달러를 놓고 한중일 기사들이 겨루는 제1회 응창기배에 한국기사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우승을 일궈 바둑황제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조치훈 9단은 6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바둑을 평정한 천재 기사다. 80년에 일본 최고의 타이틀인 명인을 거머쥐어 “명인을 따지 않고서는 돌아오지 않겠다”던 약속을 지켰으며 90년대에 절정의 기량으로 기성(棋聖), 명인(名人), 본인방(本因坊)을 동시에 석권하는 대삼관(大三冠)을 무려 4차례나 차지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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