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을 해제, 27일 관보에 이를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목동 유수지에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던 구상은 완전 무산됐다. 목동 시범지구의 상징성에 비추어 박근혜 정부 주택정책의 핵심이라던 행복주택 사업이 서울에서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됐다.
2017년까지 전국에 14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행복주택 사업은 입주대상자와 입지 선정에서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사업과 달랐다. 최저소득 계층을 위한 영구임대나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임대, ‘내집 마련’ 계층을 위한 공공임대(10년) 등과 달리 젊은 세대의 주거안정을 정책목표로 삼았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이 상대적으로 주거수요가 낮은 서울 변두리 지역 끝자락이나 외곽 위성도시에 주로 건설된 것과 달리 행복주택은 기존 생활권에 파고들어 지을 계획이었다. 이처럼 기존 생활권에 값싼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철도부지나 유수지 등이 후보지로 선택됐다. 그 가운데 목동 시범지구는 그 규모(1,300호)나 이른바 ‘버블 7’의 하나인 목동단지의 마지막 노른자위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그만큼 상징성이 컸다.
그러나 2013년 지구 지정과 동시에 불붙은 지역주민의 반발은 지역이해에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한 양천구청과 양천구 출신 국회의원 및 양천구 출마 예정 국회의원 등을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움직였다. 정부가 지난 9일 양천구가 제기한 지구지정 취소 행정소송 2심에서 승소한 직후에 갑작스럽게 지구 지정을 해제하기로 한 것도 가까이는 이런 정치적 압력, 멀리는 주민반발에 무릎을 꿇은 데 지나지 않는다. 이를 정부가 충분한 사전 협의나 교감 없이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 피상적이다. 그런 절차적 하자는 서울행정법원의 두 차례에 걸친 판결에만 비추어도 근거가 약하다.
그보다는 어느 때부터인지 공공임대주택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회복지시설이나 혐오시설과 마찬가지로 ‘기피시설’로 여겨온 세태가 한결 직접적인 원인이다. 장애인 등 사회적 특수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에 대한 기피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것이 이번에는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위한 임대주택에까지 화살을 돌렸고, 그 주체가 인근의 주택소유자란 점에서 ‘가진 자들의 횡포’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반대주민은 유수지 지반의 안전성이나 늘어날 교통부담 등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주변 집값을 끌어내린 경험에서 비롯한 집값 하락 우려가 핵심이었다. 서울 송파, 잠실지구 역시 주민반발을 이유로 사업을 접을 가능성이 높이 점쳐지는 것도 지역의 사회경제적 특성이 목동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런 비뚤어진 반발과 압력조차 극복하지 못한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강력한 정책 추진을 외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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