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규모가 급격히 상승하며 외환위기 이래 최고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약화되고 있어 향후 금리 인상기에 기업부채가 가계부채와 더불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GDP 대비 기업(비금융법인)부채 규모는 전년보다 3%포인트 오른 105%로 1998년(114%)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1,564조원 규모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힘입어 2005년 GDP 대비 76%까지 떨어졌던 기업부채 비중은 이후 오름세로 돌아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부채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부채 범위를 폭넓게 잡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2012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51%로 26개 비교대상국 중 9번째로 높았다. 연구조사기관 매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선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이 15개 주요국 중 8위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07~2014) 부채비율 상승폭은 세 번째로 높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한국을 ‘아시아에서 기업부채가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증가한 국가’로 꼽았다.
기업부채는 단기간에 줄이기가 어려워 지금과 같은 경기부진기엔 기업 부도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보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과잉부채는 과소투자로 이어져 경기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도합 2,700조원에 육박하는 기업부채와 가계부채가 동반 급증하면서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이 예고대로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민간경제 전반이 부채상환 부담에 짓눌릴 우려가 크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0년 간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됐을 때 짧게는 2개월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금리도 상승한 만큼 부채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양적완화기에 발행량이 대폭 늘어난 우리 기업의 달러 표시 회사채 역시 가파른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주요기업(상장기업 및 비상장 외부감사대상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은 2004년 524%에서 지난해 300%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의 부실기업 비중은 지난해 37%에 달했다.
중소기업 사정은 더 심각하다. 금융연구원 분석 대상 중 자산규모 하위 25%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비용 경감에도 불구하고 2013년 27%, 지난해 42%에 불과했다. 작은 충격에도 자금난에 빠져 산업계 및 금융계에 위기를 전염시킬 수 있는 ‘약한 고리’인 셈이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이들 기업은 부채의 70%를 단기차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 중 57%는 1년 내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어서 향후 시장금리가 인상될 경우 유동성 위험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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