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변호사들이 사건 독차지, "재판-돈 연계" 불신 이어져
변호사들 "현실 모르는 판결, 착수금 올라 일반인 더 피해" 반발
대법원이 형사사건 변호사 성공보수를 무효로 판결을 변경한 것은, 전관 변호사를 중심으로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치솟는 성공보수금이 사법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해 당사자인 변호사업계는 “현실을 모르는 판결”이라며 “착수금이 올라 서민들은 사선변호사를 쓰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형사 성공보수금은 정확한 액수가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수억원, 수십억원에 이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속을 막아주면 수억원, 집행유예를 이끌어내면 수억원하는 식이다. 대법원이 심리한 사건만 해도 절도사건의 착수금은 1,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석방 조건의 성공보수금은 그 10배인 1억원에 이르렀다. 재벌 총수의 신변이 문제인 사건의 성공보수금은 100억원 단위까지 거론되고 있을 정도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성공보수의 또 다른 문제는 그런 사건 대부분이 사건담당 검사, 판사와 인연이 있는 전관 변호사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대법원 지적 대로 이는 힘 있는 변호사가 인맥을 이용해 구속을 막거나 형량을 낮추는데 성공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준 게 사실이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형사 성공보수금을 금지하고 있다.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받으려고 증거조작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사법부 전체가 부패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오하이오주 대법원은 이미 1897년에 이런 취지의 법리를 선언했고, 미 연방대법원도 사법정의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금하고 있다. 프랑스는 19세기부터 성공보수를 무효로 보는 기준을 확립했고, 독일은 연방변호사법에 변호사 보수를 소송의 승패에 좌우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 형사는 물론 민사사건에서도 성공보수를 받지 못하도록 했있다. 영국 역시 1995년 특정부문에서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형사사건에서는 허용하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성공보수 제도가 있으나, 변호사 보수가 낮은데다 전관의 개업이 드물어 우리나라와 같은 전관들의 성공보수 문제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이번 판결로 전관의 수혜가 더 확대되고, 착수금이 올라가 결국 일반인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공보수가 사라지면 착수금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돈 많은 이들은 전관 변호사 선임을 위해 웃돈까지 얹어 착수금을 지불하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30대 변호사인 A씨는 “고액의 착수금을 지불할 수 없는 일반인들은 사선 변호사 선임을 꿈도 꾸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B 변호사는 “찾는 이들이 많은 전관의 착수금은 두 배 이상 뛸 것”이라며 “전관예우 문제는 변호사 개업을 못하게 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2만명 시대로 법률시장이 과포화된 가운데, 성공보수는 변호사들의 생존과 직업소명 모두를 지키는 좋은 ‘당근’인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C변호사는 “성공보수가 사라지면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으로 받는 착수금에만 목을 매게 된다”며 “재판은 소홀히 하고 사건수임만 전문으로 하는 ‘브로커’로 변질될 수 있다”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날 성명에서 “대법원이 성공보수의 부정적 측면과 변호사의 공익적 지위만 보고, 성공보수 약정 전부를 반사회적 행위로 무리하게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서보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변호사 능력보다 전관예우가 영향을 주는 구속영장 기각, 보석 등의 성공보수는 인정하지 않는 게 사법정의에 맞다”면서 “다만 무죄 선고처럼 변호사 노력으로 이룬 결과에 대해선 적절한 보상이 따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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