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의 영광을 재현할 것인가, ‘전우치’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최동훈 감독의 여름 블록버스터 ‘암살’이 개봉 3일만에 1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몰이에 나섰다. 극장가 대목인 여름시장이 활짝 열린 시점의 흥행 돌풍이라 1,000만 클럽 가입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최 감독의 전작인 ‘도둑들’(1,298만3,341명)의 흥행 열풍을 재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초반 흥행만으로는 ‘암살’의 특급 흥행을 보장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개봉 초기 밀물처럼 관객이 몰렸다가 금세 인기가 시들해졌던 2009년 ‘전우치’(613만 6,928명)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암살’의 초반 흥행 성적은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개봉일에만 47만7,786명이 관람했다. ‘도둑들’(43만6,596명)을 뛰어넘는 개봉일 성적이다. 상영 둘째 날 흥행(43만5,056명)도 ‘도둑들’(41만169명)보다 낫다. 적어도 초반 흥행세는 ‘도둑들’을 뛰어넘었다.
개봉 전 ‘암살’의 흥행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800만 이상은 거뜬하고 관객 1,000만 달성도 가능하다는 의견과 최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무겁고 어두워 흥행 약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맞섰다.
꽤 많은 언론이 웃음과 액션을 섞으며 엄혹했던 시대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는 평과 함께 상업적인 성공을 예감했다. 반면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 등 범죄영화 연출에 재능을 발휘했던 최 감독이 ‘전공’을 벗어나 익숙지 않은 시대극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흥행 가능성을 낮게 보는 영화관계자들도 적지 않았다. 최 감독은 판타지 사극이었던 ‘전우치’로 100억원대 블록버스터답지 않은 흥행 성적을 남겼다. ‘모던 보이’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 1930년대를 그린 영화들이 흥행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전례도 흥행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영향을 줬다.
극장가는 ‘암살’이 아직 흥행 본궤도에 올랐다고 보진 않는다. 유명 배우 못지않은 스타 최 감독과 충무로 간판 스타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이 포진한 영화인데다 마케팅비용으로만 40억원 가량을 쏟는 등의 물량공세에 힘입어 초반 흥행세를 잡았다는 평가다. 개봉 첫 주말이 지난 27, 28일 정도는 돼야 향후 흥행세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리한 대진표도 변수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미션 임파서블 5’)이 30일 흥행대전에 뛰어든다. 한국인이 유난히 사랑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유명 시리즈라 ‘암살’의 흥행세를 위협하고도 남는다. ‘미션 임파서블 5’라는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린다. 최근 기자시사회를 마친 뒤 상업성을 높게 평가 받은 ‘베테랑’이 내달 5일 극장가에 선보인다. ‘암살’이 1,000만 고지에 이르기까지 높다란 장애물이 많은 셈이다. 극장가의 한 관계자는 “‘암살’ 정도의 규모와 화제성이면 개봉 첫 주 적어도 300만명 정도는 봐야 한다”며 “여러 변수가 많아 흥행세를 이어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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