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증후군은 충분히 휴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피로가 풀리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참을 수 없는 피로, 관절ㆍ근육통, 두통, 림프절 압통, 인후통, 기억력 저하 등이 동반된다. 그런데 많은 다른 질환도 피로 증상을 동반하기에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미국의학연구소(IOM) 산하 특별위원회는 최근 “만성피로증후군은 실제로 존재하는 중대한 질병”이라고 선언했다. 이 위원회는 “기존 명칭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만성 피로’와 혼동하기 쉬워 질환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신체와 뇌를 움직여 활동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는 뜻의 ‘전신성 활동 불내성 질환(SEIDㆍSystemic Exertion Intolerance Disease)’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최소 83만~250만 명이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들 중 84~91%는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5년간(2010~2014년)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내원한 환자수는 5만~6만 명, 진료비는 36억~40억 원에 이른다. 여성 환자가 3만~4만 명으로 남성 환자(2만~3만 명)보다 1.5배정도 많았다.
하지만 황희진 대한가정의학회 홍보간사(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영양제나 다른 약물을 처방하기 위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명을 입력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믿을 수 없는 통계”라고 했다. 황 교수는 “대부분의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고, 4분의 1 정도 누워 생활할 정도이지만 이들 환자가 병명도 모른 채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황 교수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진단하기에 앞서 '잘 잤는가' '잘 먹고 잘 배설하는가'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잘 쉬느냐'의 3가지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한다”며 "피로감을 주소로 내원하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스트레스 등과 같은 정신적 요인이나 잘못된 식습관ㆍ생활습관에 기인하는데 이런 문제만 잘 해결해도 증상이 좋아진다”고 했다.
다만 몰라서 만성피로증후군을 해소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의지나 상황적으로 불가능한 환자가 있기 때문에 그런 환자는 전문의를 찾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황 교수는 “우선 운동이나 명상 등으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며 “영양섭취 및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에도 호전이 없으면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울성향이 강하다든지 불면증을 호소하는 일부 환자들에게는 보조적인 약물요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상 악화를 우려해 운동을 권장하지 않던 과거와는 달리, 점진적으로 유산소성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운동요법도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들을 최근 나오고 있다. 운동으로는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포함한 점진적인 유산소운동이 유연성운동, 스트레칭, 이완요법만을 시행한 것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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