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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화] 올드보이 추억의 맛: 함박 스테키

입력
2015.07.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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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스테이크’는 ‘함박’이나 ‘함박 스테키’라 부르는 게 더 와 닿는다. 그리고 돈까스, 비후까스, 오무라이스, 하이라이스 또한 이름만 들어도 아련한 기분이 드는 음식 중 하나다. 나와 같은 기분을 느낀다면 분명 나이는 40대 중반 이후일 것.ㅎㅎ

위에 나열된 음식들은 그 시절 ‘경양식’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하던 식당들의 대표 메뉴들이다. 경양식이라. 일본에서 넘어온 말인 듯하다. 뜻은 가벼운 양식? 사실 지금 생각하면 살짝 웃음이 나오는 단어다. ‘그럼 무거운 양식도 있나?’하는 생각도 든다. 보통 70,80년대 당시 양식하면 수프-전체 메인-디저트까지 이어지는 코스 요리로 다소 격식 있고, 어딘가 엄숙한 분위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볍게 즐기는 양식’ 뜻을 가진 ‘경양식’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경양식이 메인 음식 하나만 턱 내놓는 건 절대 아니다. 경양식도 나름의 코스가 있다. 먼저 종업원이 주문 받을 때 “수프는 크림으로 하시겠어요? 야채로 하시겠어요? 그리고 빵으로 하시겠어요? 밥으로 하시겠어요?”라고 묻는다. 손님 취향을 고려한 선택적 코스 요리인거다. 그리고 밥을 선택하면 밥을 작고 둥근 접시에 얇게 깔아 주는데, 일명 ‘접시밥’이라 불렸다. 접시밥은 먹는 방식도 따로 있었다. 스푼보다는 포크를 이용했다. 특히 포크의 앞면, 그러니깐 움푹 파인 부분으로 먹으면 안 되고, 나이프를 이용해서 불룩 튀어나온 포크의 뒷면에 밥을 붙여서 먹었다. 이것이 당시엔 꽤 고급에 속하는 경양식당의 에티켓이었다. 이런 특별한 에티켓이 있는 경양식당에서 제일 비싼 음식이 바로 ‘함박 스테키’. 오늘 이야기의 주제다.

햄버거 스테이크가 아니다. '함박 스테키'다. 제대로 된 '함박 스테키' 코스는 이런 비주얼이다.
햄버거 스테이크가 아니다. '함박 스테키'다. 제대로 된 '함박 스테키' 코스는 이런 비주얼이다.

우리나라에도 함박 스테끼와 조리방법이 비슷한 ‘떡갈비’가 있다. 하지만 두 음식 맛은 완전히 다르다. 다진 고기를 양념해 잘 치댄 다음, 지글지글 익혀서 소스를 촤~악 뿌려 먹는 함박 스테끼의 맛! 아~ 군침이 꿀꺽. 여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은 소스 끼얹은 고기 위에 반숙 계란 후라이(이 글 보면서 꽤나 많은 침을 흘리고 있을 중년들에게 죄송하네요ㅋㅋ)! 노른자를 톡 터트려서 고기를 찍어 먹으면 ‘와우!’. 고기의 육즙과 소스, 노른자의 고소함까지 더해진 ‘삼합’. 이루 말할 수 없는 맛의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반숙 계란 후라이야말로 함박 스테키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케첩과 마요네즈를 섞은 약식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Thousand Island Dressing)이 곁들여진 양배추 샐러드와 오이가 들어간 감자 사라다(샐러드의 잘못된 표현이지만 필자의 감성을 그대로 담기 위해 바로잡지 않는다).

지금 글을 쓰면서 탤런트 장욱재 씨가 경영하던 식당의 함박 스테키가 아른거린다. 소 모양의 철판접시에 지글지글 거리며 나오던 함박이 그립다. 요즘에도 함박 스테키가 생각이 간절할 때마다 달려갈 곳이 있다. 친구 재우가 운영하는 옛날 경양식당 콘셉트의 식당이다. 철판에 나오는 건 아니지만 어릴 때 먹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특히 감자 사라다가 나와서 더 좋다. 빨리 글을 마무리하고 재우네로 가야겠다. 오늘 공개하는 레시피는 내 친구의 비법이 포함돼 있으니 꼭 해보시길! (설마 레시피 공개하고 절교 당하는 건 아니겠죠?^^)

배우 겸 요리사

* 함박 스테키 코스

재료:소고기 300g, 돼지고기 200g, 계란 1과 1/2개, 볶은 양파 50g, 습식 빵가루 40g, 소금 2/3 작은 술, 후추 약간, 넛맥가루(매콤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나는 향신료) 약간, 후라이 계란 2개

샐러드: 양배추 1/6개, 방울토마토 3개, 마요네즈 2 큰 술, 케첩 1 큰 술, 간장 1/2작은 술

소스: 하인즈 데미그라스 200g, 레드와인 100ml, 버터 20g, 케첩 1 큰 술, 와사비 1/2 작은 술

* 조리방법

1. 양파를 중불에서 아주 짙은 갈색이 될 정도로 볶아 다진다. 이 조리과정을 ‘카라멜라이즈(Caramelize)’라 한다.

2. 볼에 1의 볶은 양파와 나머지 모든 재료를 넣고 끈기가 생길 때까지 치댄다. 치댄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눠 둥글게 모양을 만든다.

3. 식용유를 두른 팬에 2를 넣고 육즙이 빠지지 않도록 빠르게 굽는다. 겉면이 익으면 중약불로 줄여서 뚜껑을 덮고 속까지 골고루 익힌다.

4. 작은 냄비나 팬에 레드와인을 넣고 살짝 끓여 알코올을 날리고 버터를 넣는다. 살짝 졸인 뒤 데미그라스 소스(Half Glaze Sauce)와 케첩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불을 끄고 와사비를 넣어 섞는다.(와사비는 취향에 따라 넣는다)

5. 얇게 채친 샐러드용 양배추와 반으로 자른 방울토마토를 케첩, 마요네즈, 간장을 섞어 만든 소스에 살짝 버무린다.

6. 팬에 기름을 둘러 약불에서 계란 프라이를 반숙한다.

7. 완성접시에 양배추 샐러드, 함박 스테이크를 올리고 소스를 뿌린 뒤 맨 위에 반숙 계란 후라이를 올려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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