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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미소 한 번 없었던 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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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미소 한 번 없었던 80분

입력
2015.07.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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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제 잘못 입니다."

이병헌이 2년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났지만 굳은 얼굴을 풀지 못했다. 시원한 웃음이 매력이던 '한류 스타'였지만 80분 간 미소 한 번 짓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이병헌은 24일 열린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제작보고회에서 1년 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에 대해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법원, 공항 등을 제외하고 이병헌이 자진해서 공식석상에 나서는 것은 이민정과 결혼식 기자회견 이후 처음이었다.

다소 수척해진 얼굴에 수트 차람으로 나타난 이병헌은 제작보고회가 시작되기 전 마이크를 잡았다. 50억원 협박 여성들에 관한 사법처리는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공개된 불미스러운 처신에 대해 사과부터 하려는 결심이었다.

"미국에서 계속 촬영을 하면서도 매일같이 고민했다"던 이병헌은 "지금까지 배우 이병헌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의 관심 덕분인데 실망감을 드렸다. 깊게 뉘우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소중함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묵직한 음성으로 "큰 실망감이 몇 번의 사과나 시간으로 채워지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늘 죄송한 마음을 가진채 잊지 않겠다. 많은 분들께 드린 상처와 실망감을 갚아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했다.

당초 '협녀'는 지난해 2월 촬영을 마쳤고 그 해 겨울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이병헌의 사건이 터지면서 1년 가까이 개봉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어렵사리 8월로 개봉 날짜가 다시 잡혔다.

이와 관련해서도 이병헌은 "이번 영화를 함께 작업했던 많은 스태프, 관계자, 배우, 감독에 죄송할 따름이다. 내 책임이고 그 어떤 비난도 감당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작보고회는 출연 배우끼리 영화 뒷얘기를 수다처럼 떠드는 자리였지만 이병헌은 내내 웃지 못했다. 함께 자리한 전도연과 김고은이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즐겁게 웃는 상황에서도 이병헌은 고개만 끄덕였다. 같이 따라서 웃지 못했다.

대작들과 맞붙게 된 8월 극장가의 대진표를 묻는 질문에도 이병헌은 "아무래도 제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좀 더 일찍 개봉햇으면 좋았는데 나 때문"이라며 배우, 감독, 영화관계자들에게 또 사과했다.

사회를 보던 박경림이 "이병헌에게 마이크만 가면 다큐멘터리가 된다"고 농담을 던질 때나 겨우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그동안 이병헌은 공개적인 자리를 극도로 꺼려왔다. 이달 초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의 홍보 활동도 주저했다. 미국에서 다른 영화 촬영 때문이라고 했지만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에밀리아 클라크 등이 내한할 정도로 대규모 프로모션이었지만 정작 한국 배우 이병헌은 없었다. 그럼에도 '협녀'는 자신 때문에 개봉이 1년 늦춰졌다는 자책감에 어렵사리 큰 마음을 먹고 카메라 앞에 나타났다.

영화는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고려시대 말을 배경으로 한 사극 액션이며 '칸의 여왕' 전도연과 '은교'의 김고은이 온 몸을 던졌다. 이병헌은 권력에 눈 먼 '유백' 역을 맡아 이들과 카리스마 대결을 펼친다. 개봉은 8월 13일이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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